[종합] ‘참모도 몰랐다’ 尹 비상계엄 선포… 숨 막힌 155분만 ‘해제’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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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3일, 비상계엄 선포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
4일 자정 넘어 계엄군 본청 진입…국회 보좌진과 충돌
국회, 155분 만인 새벽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04 03:03:08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에 선포한 비상계엄의 이유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는 이날 심야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사전 공지 없이 담화하고 계엄을 선포했다. 약 2시간30분 만에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키며 계엄령 선포는 사실상 무효가 됐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4분쯤 긴급 담화를 하고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며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긴급 담화는 수석급 참모들에게도 사전에 언질 없이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대통령실 전속 영상 촬영팀과 의전·경호만 참석한 채 이뤄졌다. 출입 기자들에는 사전 공지가 없었으며 영상 송출 사실만 방송사들에 공지됐다. 고위급 참모들마저도 외부 일정 소화 중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계엄사는 이날 밤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내린 제1호 포고령을 통해 “국회·지방의회· 정당 활동·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모든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여론조작·허위 선동을 금한다”라고 밝혔다.

▲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군은 4일 오전 12시쯤 국회 경내에 도착해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헬기 여러 대가 국회 뒤편 운동장에 착륙한 뒤 기관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계엄군 다수가 국회 본관으로 몰려왔다. 계엄군은 착륙 직후 국회 본관 1층 후문과 2문 정문을 봉쇄했다.

이후 본청 출입문 곳곳에서 민주당 보좌진 수십 명이 계엄군을 막으면서 40여 분간 대치가 이어졌다. 본청 안에 있던 보좌진과 관계자들은 나무 문짝·대형 화분·책상·의자 등을 동원했다. 이후 본청 1층과 2층 출입문을 봉쇄했으며 로텐더홀에 진입을 시도 했으나 본회의장 안까지는 진입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퇴청한 후 저녁 식사를 즐기거나 귀가한 의원·보좌진들의 비상 연락망에 소집령이 떨어졌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있는 인원들은 국회 진입이 가능했는데, 경찰이 국회 출입을 막으면서 국회 진입이 차단됐다.

같은 시각 우원식 국회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의사 안건을 작성하는 데만 10여 분여가 걸렸다. 국회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 30여 분 만인 4일 오전 1시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가결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150명의 의원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계엄법 제11조 제1항은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1조 2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가결 직후 우 의장은 “국회 의결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 해제해야 한다”며 “군경은 국회 바깥으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국회 본청 안팎에 자리했던 계엄군도 10분여 뒤 본청에서 철수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까지 두 시간여의 긴박한 상황이 일단락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가결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이번 계엄 선포는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했으며 지금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공무원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