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세 피해 폭증…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역대 최대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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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감소… 지방 폭증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7 11:19:23

작년 지방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세입자가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산‧광주‧경북 등 지방의 신청 건수는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서울과 인천은 감소하며 지역 간 피해 격차가 뚜렷해졌다.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임차권등기와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집합건물을 기준으로 이뤄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4만7343건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이는 직전 기록이었던 2023년의 4만5445건을 넘어선 수치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에 보증금 채권이 남아 있음을 명시하는 제도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세입자의 법적 보호 수단이지만 이사를 나가면 효력이 사라지기에 이를 유지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수도권에서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감소했다. 서울과 인천의 신청 건수는 각각 23.5%‧8.8% 줄어들면서 전세 피해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지방에서는 전세 피해가 심화됐다.

부산은 전년 대비 83% 증가하면서 5524건에 달했다. 특히 2022년 582건에 불과했던 신청 건수가 2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나 지방 전세 피해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광주(88.2%)‧전남(91.3%)‧경북(2.5배)‧전북(2.2배) 등 다른 지방 주요 지역에서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달리 제주(-9.0%)‧울산(-1.6%)‧세종(-1.3%) 등 일부 지역은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임차권등기와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지만 현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고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권 설정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 건수는 감소 추세다. 2022년 5만2363건에서 2023년 4만4766건으로 줄었고 작년에도 4만3885건으로 감소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차권등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하면 계약 정보와 보증금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전세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며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방의 전세사기 피해가 수도권과 시차를 두고 심화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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