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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업계가 생존위기에 몰렸다. 2026년 미국·유럽산 수입 우유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우유는 수입 우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다. 유업계는 사업다각화와 고급화로 수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일 낙농진흥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서 주로 생산되는 2024년 1인당 흰 우유(백색·가공) 소비량은 같은 기간 38.2kg에서 30.9kg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국내 우유 소비량은 줄고 있는데 수입량은 국내 원유 생산량보다 많은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원유 생산량은 193만800t·수입량(원유 환산)은 236만4000t으로 추산된다. 작년 연간 국내 원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415만3000t으로 추정됐다. 1인당 원유 소비량 기준으로는 80.8kg으로 환산된다.
이미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 수입량이 국산 원유 생산량을 넘어섰다. 그런데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산 흰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국산 흰 우유가 미국·유럽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 비싸서다. 작년 원윳값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동결했지만 국내 흰 우유 가격은 다른 나라 대비 여전히 비싼 편이다.
국내 주요 유업계는 우유 시장 완전 개방 1년을 앞두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우유인 ‘A2 우유’ 브랜드를 확장한다. 서울우유는 작년 4월 ‘A+2(플러스) 우유’를 새롭게 선보이고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A2 우유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A2 우유는 A2 전용 목장에서 분리·집유한 100% 국내 우유로 체세포수 1등급·세균수 1등급의 고품질 원유를 사용했다. 목장 집유 차량·살균 전 탱크·살균 후 탱크·완제품 총 4단계의 A2 검사를 실시하며, 양주공장에서 진행하는 EFL 공법으로 세균과 미생물을 한 번 더 제거해 신선함을 한층 높였다.
매일유업은 유기농·락토프리 등 프리미엄 제품군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매일유업은 2005년 락토프리 우유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내놓은 이후 2023년 2월 우유 단백질을 1.5배 강화한 단백질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국내 락토프리(유당분해우유)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브랜드를 통해 멸균 가공유와 요거트 등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아몬드브리즈·어메이징오트 등 식물성 제품과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통한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 등을 통해 우유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매일유업 전체 매출액에서 유가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로 매년 줄고 있다. 2022년엔 유가공품 비중이 82.1%에 달한다.
작년 3분기 흑자전환을 기록한 남양유업은 내실을 다지면서 건강기능식품이나 단백질 음료 등으로 무관세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이너케어’나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우유는 경쟁력을 잃는다. 가격으로 경쟁에 나서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생존할 수 있다”며 “신선하고 품질 좋은 우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가공유 등 소비자 필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면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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