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덮친 고환율… “원가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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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조사… 조선·자동차·기계 제외한 대다수 업종 ‘흐림’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에 ‘환율 리스크’ 걱정거리로 급부상
수익성 악화·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려… “정부 역할 중요”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20 11:15:58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400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 기조가 국내 산업 전반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비용 및 해외투자비 상승으로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리스크’가 국내 산업계에 걱정거리로 자라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조선·자동차 등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 △정유 △디스플레이 △섬유패션 △식품 산업이 고환율 때문에 산업 전망이 ‘흐림’으로 나타났다.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이었다.

이 중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은 원가 부담 및 해외공장 투자가 많아 고환율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산업은 고환율로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을 우려했다. 고종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달러결제 비중도 높아 환율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반도체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진단했다.

배터리 분야는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골칫거리로 꼽혔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고환율에 따라 시설 투자비용과 수입 원자재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배터리업체 역시 광물과 배터리의 판매 가격을 연동하는 계약을 통해 환손실을 만회하려는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과 관련해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의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늘면서 업계부담이 커지고, 국내에선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산업들도 수익성 악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등을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대체로 맑음’으로 집계된 조선·자동차·기계 업종도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면서도, 고환율 기조가 길어질 경우 원가상승·수요위축 등의 역풍을 우려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금리인하 속도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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