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심평원 대체조제 사후통보 두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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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구 심평원장 신년 간담회서 대체조제 활성화 신중론 강조
복지부 “업무포털 의‧약사 접근성 고려한 것 심평원 역할 없어”
약사회 “팩스보다 전산화가 효과적 심평원 반대 납득 어려워”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3 11:24:01

▲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에 심평원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실무 담당 심평원간 온도 차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가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을 확대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이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실무 담당 심평원 입장이 일치하지 않아 논란이다.

복지부는 12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자리에서 대체조제 활성화와 관련해 “심평원 업무포털로만 하라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두려는 것이다”며 “원래 하던 방식인 전화‧팩스와 더불어 대체조제 수단을 더 늘리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심평원이)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심평원 강중구 원장은 전문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 “대제조제 내역은 약사가 의사에게 알려주는 게 원칙이다. 심평원이 중간에서 어떻게 연락해주나”라며 “심평원이 받아서 밤에 전화해줘야 하나 이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고 짚었다. 이는 복지부가 5일 내놓은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한 입장을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포털을 통한 통보는 단순한 알림 기능이고 심평원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심평원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아직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지만 의료인들이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심평원 업무 포털 시스템에 웹 페이지를 생서해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약사가 웹페이지에 처방의사 정보·처방약과 변경약 등을 입력하면 향후 의사가 심평원 포털에 접속해 대체조제 상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즉 복지부와 심평원은 플랫폼만 마련하고 의약사끼리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약사사회는 강 원장의 발언이 비논리적이며 의사 출신인 그가 의사 직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대체조제 사후통보는 전화·팩스 컴퓨터통신을 통해 가능하지만 전화번호·팩스번호가 처방전에 기재되지 않는 사례가 많고 의사가 팩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약사사회는 강 원장의 발언이 비논리적이고 의사 출신인 그가 의사 직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약사는 “팩스보다 전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심평원의 포털을 활용하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는데 의사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복지부가 개정안 시행일을 공포 후 9개월로 정한 것도 심평원의 시스템 개편 기간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이제 와서 심평원이 반대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의 한 약사는 “전화·팩스를 통한 통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의료현장에서 모두 공감하는 문제”라며 “심평원의 입장이 오히려 의사 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복지부와 심평원 간 내부 조율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에서 산하 기관인 심평원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행정적으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약사는 “복지부가 정책을 마련하고 입법예고까지 한 상황에서 심평원장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료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행정적인 조율 과정도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3월4일까지 이번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심평원의 반대 입장이 추후 개정안 통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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