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도의가 사라진 다크앤다커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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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2 00:02:30

6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삭제됐다. 유료 버전인 ‘다크앤다커: 레전더리 스테이터스‘는 여전히 구매 가능한 상태다. 아이언메이스는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의 상대방이 제기한 주장을 기반으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언메이스는 전직 넥슨 개발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게임사다. 아이언메이스가 발표한 다크앤다커에 대해 개발자들이 넥슨 근무 당시 기획안과 소스 코드를 빼돌려 개발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 의혹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법원은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미공개 프로젝트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내부 기획안과 소스 코드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인정하며 아이언메이스에게 85억 원을 배상하게 한 바 있다.

다만 다크앤다커는 대표적인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으며 자체 플랫폼 블랙스미스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결과를 확인해야 하고 민사소송 또한 아이언메이스가 항소 계획을 밝혔으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법적으로 완전히 아이언메이스의 잘못이라고 확정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디스이즈게임 취재와 넥슨 노조 등에 따르면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은 넥슨에 재직할 당시 작업했던 자료와 애셋을 활용해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하여 직원들에게 퇴사를 종용했다는 증언 또한 나왔다. 넥슨은 해당 인원들에게 징계 해고 결정을 내렸는데 해고가 어려운 국내 노동법 환경에서 징계 해고가 가능했다는 점에서는 아이언메이스 인원들에게 귀책 사유가 있을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사내에서 이미 크게 문제가 됐던 사안이었는데도 해당 자료를 빼돌리고 유사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도의적으로는 비판받을 만하다.

아이언메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제작 중이던 크래프톤 또한 브랜드를 전면 개편하게 됐다. 크래프톤은 원만한 합의를 거쳐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며 적절한 시점에 새로운 명칭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작의 이름만 적용하고 게임의 내용은 자체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글로벌 정식 출시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덧붙였다.

동종 업계 기업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대응에까지 나섰는데 굳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이름을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의 행보 또한 논란이 됐다. 노이즈 마케팅을 대놓고 노릴 게 아니라면,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게임이라면 굳이 다크앤다커라는 이름을 가져다 쓰기보다는 이름을 하나 새로 정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도의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도의라는 것이 강제성은 없더라도 어떤 집단을 진흙탕에 빠지지 않게 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신의는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다크앤다커 판결 전에는 여기서 넥슨 측이 패배한다면 회사 내 자료를 마음대로 반출해 게임을 개발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판결이 나온 이후에는 퇴사한 개발자의 행보를 전 직장이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 도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를 도의로 해결할 수 없게 된 세상에는 분쟁과 차가운 법의 잣대만이 남았다. 참 씁쓸한 일이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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