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명령에 따라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자칭 안사르 알라)를 상대로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가 이날 오후(미 동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오늘 예멘의 후티 테러리스트들을 겨냥해 결정적이고 강력한 군사 행동을 하도록 미군에 명령했다”며 “현재 후티 기지와 지도자들을 겨냥한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군 공습은 후티가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박 공격 재개를 선언한 지 나흘 만이었다.
후티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원 명분 아래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미국·영국 등 서방 선박에 피해를 입혔다. 개전 이래 1월까지 100척 이상의 상선을 공격해 이 중 2척은 침몰하고 선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가 최근 이란의 사실상 유일한 외화 획득원인 석유 수출길을 더욱 옥좨자 후티는 반미의 명분을 강화한 모양새다. 또 다른 이란의 행동 대장 격인 하마스나 헤즈볼라가 작년 중대한 타격을 입어 적어도 당분간 유일한 반미 무장 세력은 후티뿐이다.
트럼프는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무력을 우리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사용할 것이다. 모든 후티 테러리스트들에게 말한다. 당신들 시간은 끝났다”며 “멈추지 않으면 본 적 없는 수준의 지옥 비를 내리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홍해·아덴만 등에서 미국의 군함·항공기·군 부대 등에 가한 후티의 전력을 들어 “미국과 세계 경제에 수십억 달러 피해를 초래했고 무고한 인명을 위험에 빠트렸다”며 이번 공습 이유를 강조했다. 이란을 향해선 “후티 지원을 즉각 끝내라. 미국인과 미 대통령에 대한 위협을 그치지 않으면 전적인 책임을 묻겠다”면서 자신에 대한 이란발(發) 암살 시도 가능성까지 꼬집었다.
후티는 알마시라TV 성명을 통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침략의 확전에 확전으로 맞설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호언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2주 전 미군 드론이 후티에 격추된 이후 공습 준비에 속도가 붙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공습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는 이날 공습을 일부 동맹국에 미리 알렸으며 앞으로 며칠 내지 몇 주간 이어질 ‘가차 없는’ 공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1월19일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됐을 때만 해도 후티가 선박 공격 중단 공표와 더불어 “신뢰를 쌓고 싶다”며 억류 선원 및 수감자들 석방 의사 표명 등 유화 신호를 보냈으나 반 달쯤 지난 4일 미 국무부는 후티를 ‘해외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이란과의 타협을 거부한 셈이다. 작년 여러 차례 사나와 항구도시 호데이다 등지의 후티 거점을 공습은 영국 등 동맹군과 연합이었지만 이번 공습은 미군 단독이었다. 며칠 전 가자전쟁 평화협상의 희망적 전망 때와 상황이 일변한 듯하다. ‘강한 미국’을 과시하며 ‘밀고당기기’를 하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압둘 라티프 알-카누 대변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카타르 등 중재자들의 공을 치하하며 “정전협상 2단계 진입”을 알렸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 압둘 라만 샤디드도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이 협상에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임한다. 휴전 2단계 논의를 위한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미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1일 1차 휴전 기한 만료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단계 휴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1단계 휴전을 두 달 연장하고 남은 인질 중 10명의 석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위트코프 안’을 주장한 반면 하마스는 △나머지 인질 전원 석방 △영구휴전 △가자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등 즉각적 휴전 2단계 협상을 요구했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2단계 합의로 넘어가기보다 휴전 장기화에 동의할 의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중재국들이 “이번이야말로 전쟁 재개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며 하마스를 설득한 것이다.
하마스는 ‘휴전 연장’ 수락 대신 이스라엘에 구금된 지도자들 석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위트코프 특사가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협상 중재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스라엘도 하루 일찍 도하에 협상단을 파견했다. 하마스 역시 10일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정전협정 2단계 협상 재개를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이 산발적 공격을 이어가면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8명, 서안지구에서 4명이 사망했다는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몰아세우고자 가자지구 구호물품 반입을 막은 뒤 전력 공급까지 중단하자 후티의 해상 공격이 다시 시작됐던 것이다. CNN 등 미 언론은 이번 미군 공습을 트럼프 2기 임기 개시 이후 단행한 최대 규모의 해외 무력행사로 짚었다. 후티는 트럼프 발표 직후 미군의 공습으로 18명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예멘 보건부 대변인이 민간인 최소 9명 사망 및 9명 부상을 보고했다.
후티 산하의 알마시라TV는 사나 북부 알자라프 지역 네 차례, 동부 슈브 지역엔 여러 차례 공습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주민들과 소식통 말을 빌어 이날 공습이 탄약·로켓 창고와 후티 핵심 지도자들의 주거지를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에선 군사시설이 포함된 사나 공항 단지 일대에 검정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 중이라는 소식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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