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밝힌 수만 개 연등, 전기로 생명 불어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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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서울 시내 등불 밝힌 김석두 대표
“20km 1만5000여 등 오방색 연등 밝히는 건 전기의 힘”
“DMZ 155마일, 연등으로 밝혀 남북통일 꿈꾸고 싶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5 22:01:53

▲ 김석두 ㈜동강이앤씨 대표가 스카이데일리 기자를 만나 서울 중구 청계천 광장 정 가운데에 설치된 대형 연등에 대해 설치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오는 5월 5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서울 도심이 지난 20일 연등 점등식 이후 형형색색의 연등 물결로 물들고 있다. 이같은 빛의 축제 뒤에는 20년 차 연등 장인 김석두 동강이앤씨 ㈜대표가 있다.

25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불교종단들로 구성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불기 2569년인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5일) 봉축 표어로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을 선정하고 26일 연등회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어울림마당을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연다.

스카이데일리는 화려한 빛의 축제를 꾸며온 김 대표를 만나 수만 개 연등의 설치·관리를 총괄해 온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기상 이변에 따른 설치 난조·인력 관리·안전 사고 예방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연등 행사를 성공시켜 온 그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숙련된 현장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광화문에서 남대문과 세종로 양방향 및 종로와 종각에 동대문과 을지로 롯데호텔 인근 시청까지 20km 1만5000여 등이 좀 넘는 연등을 달았다”고 했다. 중구 동국대에 설치된 1만3000여 개의 등이 합쳐질 경우 3만 여개의 등이 서울시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중 2만5000여 개의 등불을 총괄하고 있다.

▲ 김석두 대표가 서울 중구 청계천 광장 및 종로구 조계사 등에 설치된 오방색 연등과 대형 등불의 전기 공급 방법 및 사후 안전관리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수만 개의 전구 배선 점검, 풍향·강우량 대비 구조물 보강, 군중 유동선 분석 등 공학이 요구되는 분야다. 김 대표 팀은 기후 변화에 따른 설치 일정 조정부터 야간작업 시 안전사고 방지까지 세밀한 시나리오를 수립해 운영한다.

특히 청계천 수변 구간의 경우 수위 변동을 고려한 특수 설계가 적용된다. 비가 올 때는 전류가 흐르는 연등에 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특히 신경 써야 했으며, 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대표는 “연등은 비와 바람에 가장 약한데, 누전이 될 때 감전이 이뤄질 수 있어 누전 차단기를 달았다”며 “안전 검사가 매우 철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강풍·천둥번개 등 기상 악화 시 위험 요소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누전 방지를 위한 누전 차단기 설치와 매일 점검하고 보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의 예술이 가미된 큰 등은 공방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장식이 ‘연등’으로 빛나 ‘지혜와 평화의 불’이 되는 과정에 ‘전기를 넣는 기술’이 반드시 기반한다는 것이다.

연등은 석가모니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며 중생의 무명(無明)을 밝히는 지혜의 상징이다. 김 대표는 전통 의미를 살리면서 에너지효율성이 좋은 LED 조명 기술 접목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 이를 통해서 친환경 저예산의 효율적 연등 관리 개혁을 이루어낸 것이다. 특히 철 구조물 사이의 연등은 전기가 통할 수 있어, 전선을 완전히 구조물과 이격(離隔)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의 손길이 닿은 연등은 사후에도 많은 관리를 받는다. 수많은 등불의 전기 배선 점검·구조물 보강·바람과 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안전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연등이 꺼지거나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유지 관리가 정말 힘든데, 이 시즌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어본 적이 없다”며 “순찰조가 밤늦게라도 하나의 연등이라도 불이 꺼졌다는 연락을 하면 바로 정비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 관리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수익률도 거의 없지만, 불심 하나로 몇천, 몇만 등을 매해 밝히고 있다”고도 했다.

20년 동안 서울 연등을 밝혀 온 그는 꿈이 있다. 김 대표는 “DMZ 155마일 구간에 남과 북이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평화의 등(연등)을 밝히고 싶다”며 “연등 행사를 통해 꽉 닫힌 남북 간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일조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소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DMZ 155마일 전 구간에 평화의 연등을 달아 남북이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이념과 종교를 넘어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25 통일을 여는 DMZ 155마일 기도 행진’ 등 다양한 평화 운동과도 맞닿아 있어, 앞으로 남북 평화와 통일을 향한 의미 있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빛을 띄워 마음을 밝히다’를 주제로 4월 16일~5월 6일 야외 전시가, 실내 전시는 4월 25일~7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청계천과 열린송현녹지관장, 조계사와 봉은사에서도 전시가 열려 참가단체들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전통등의 세계가 선보여질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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