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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칼럼] 빅텐트 정치의 중심은 ‘인물 아닌 구조’
전·한이 극과 극? 보수우파가 담아야 할 ‘다양성’의 상징
빅텐트, 외연 확장은 수단을 넘어 정치 구조의 생존 필수 조건
위기의 순간마다 빅텐트 통해 돌파구 마련해 온 더불어민주당
김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4 17:05:40
 
▲ 김영 주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24일 대선 출마 선언은 일견 황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국민의힘은 희망이 없다”는 그의 일성은 그 자체로 보수우파 정치에 대한 불신의 응축이며, 동시에 국민의힘이 그간 외면해 온 보수 내부 균열의 현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당장 표 계산만 놓고 보면 전 목사의 등장은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 일부는 그의 출마를 “낭보”라 표현했다. 그러나 이 현상을 그저 ‘표 분산’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그것은 국민의힘이 다시 한번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는 실수를 반복하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건 ‘반(反)이재명’이라는 느슨한 구호가 아니라 근본적인 ‘보수우파 진영 재편’이다. 국민의힘이 외치는 통합 구호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빅텐트’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
빅텐트란 단순히 다양한 인사를 불러 모으는 ‘사람 중심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이념과 정서, 계파와 지역, 세대와 정치 경험을 포괄할 수 있는 정치적 구조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공정한 시스템과 개방성,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 자기 혁신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존 정치 세력의 자기 해체 없이는 진정한 외연 확장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국민의힘은 이제 전광훈 목사와 같은 비주류 인사를 무시하거나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가 상징하는 ‘불신’과 ‘소외감’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연대 가능성 역시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전통적 관료 출신이자 정치적 중립성과 안정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최근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 통상·방위비 등 민감한 현안 조율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 그를 외연 확장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수우파 진영 내부의 다원적 스펙트럼을 반영한다면 한 권한대행과 같은 중도 실용 노선 역시 ‘재편된 보수’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보수우파는 오랫동안 ‘강한 리더십’이라는 이름 아래 단일 대오, 일사불란함을 미덕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유권자의 요구는 달라졌다. 지금은 다양성과 유연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전광훈과 한덕수는 서로 다른 보수의 얼굴을 보여준다. 한쪽은 거리에서, 한쪽은 관료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이질성마저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 그릇이야말로 현재의 보수 진영에 절실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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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 민주당 세력은 위기의 순간마다 빅텐트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왔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민주당계 정당은 장기간 분열과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2011년 손학규·문재인·정세균 등 중도·진보 인사를 아우르는 ‘통합민주당’이 출범하고, 이후 시민사회와 노동계까지 포괄한 더불어민주당 체제로 이어지면서 외연 확대에 성공했다. 이후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거치며 정권교체를 이뤄낸 그 동력은 바로 빅텐트 전략의 실천과 기존 주류의 자기 절제에 있었다.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DJ)계·친노(노무현)계·진보 시민사회계 등을 한 울타리 안에 담기 위해 공천 시스템의 변화, 당내 경선 룰의 혁신, 대중성과 이념의 균형을 끊임없이 조율했다. 이러한 구조적 재편이 있었기에 다소 이질적인 세력 간에도 공존이 가능했다. 단지 ‘반(反)MB’나 ‘반박근혜’만으로 이뤄진 연대가 아니었기에 유지력도 강했다.
 
국민의힘은 지금 이 모델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보수우파를 재편하겠다면 내부 계파주의와 공천의 폐쇄성, 소수 기득권 중심의 정당 운영부터 타파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전광훈의 등장도, 한덕수의 존재감도, 그 어떤 인물과의 연대도 모두 공허한 메시지로 끝날 것이다.
 
정치는 결국 구조다. 이 구조가 외부 세력을 포용할 수 있어야 진짜 통합이 가능하다. 전광훈과 한덕수는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둘 다 지금 보수가 담아내야 할 ‘다양성’을 상징한다. 이를 감싸 안을 수 없다면 보수우파는 더 이상 하나의 진영이 아니다. 반이재명을 넘어서는 전략이 아니라, 그보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는 보수우파 진영이 진정으로 다시 서려면 이제는 스스로를 해체할 각오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그 기득권은 오히려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빅텐트는 외연 확장의 수단이 아니라 정치 구조의 생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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