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역행하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발상을 엄중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이미 알려진 대형 이동식 구조물 2기 외에 석유시추선 모양의 고정 구조물 1기까지 설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PMZ는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을 의미한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이곳에선 두 나라가 수산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세운 고정 구조물은 강철 재질로 가로 100m, 세로 80m 크기에 헬기 이·착륙장까지 갖추고 있다니 그 의도가 뭔지 의심스럽다.
이는 어업 이외 시설물 설치, 자원 개발 활동을 금지하는 PMZ에 ‘어업 시설’이라는 명분으로 해상 경계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미니 인공 섬’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해류에 휩쓸리지 않는 고정 구조물을 통해 해상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려는 중국의 속셈이 읽힌다. 고정 구조물과 반잠수식 구조물인 선란 1·2호기 등을 통해 한국 선박의 항해 접근권을 제한하며 사실상 내해(內海)화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해양 강국’ 건설을 선포한 이후 남중국해를 비롯해 서해 등지에서 군사 훈련 횟수를 늘리고, 탐지 장비가 탑재된 소형 해상 물체를 다량 설치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해역 침범 외국 선박에 무기 사용 권한을 법제화한 ‘해경법’을 발효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월 한국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중국 구조물 점검을 위해 접근하자 흉기를 든 인원을 고무보트에 태워 항로를 가로막아 양국 해경 선박이 2시간 동안 대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서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국 군함의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고자 하는 이른바 중국의 ‘서해 공정’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 섬을 건설한 뒤 이를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해 지금도 베트남·필리핀 등과 갈등을 빚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서해상 대형 이동식 구조물 설치는 중국 정부의 주도 아래 시작된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의 일환일 수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중화민족주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소위 동북공정과 서북공정 등 소수민족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고구려·발해 유적과 관련해 대형 조형물과 박물관을 세우고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더니 만리장성 내 고구려와 발해 유물에 대한 정비작업을 거쳐 중국의 문화유산,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중국 정부는 산재한 고구려와 발해 유적을 찾아서 우리의 역사임을 입증하는 흔적을 지우거나 조작하는 일에 혈안이 돼 있다.
유엔해양법에 따라 구조물 주변에 안전지대를 반경 500m까지 만들 수 있고 중국이 구조물을 여러 개 세우면 수십㎢의 안전지대가 발생해 우리나라 선박의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해는 경제·군사·외교적으로 전략 요충지이기에 정부는 중국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선제적으로 막고 남중국해와 같은 분쟁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달 중 서울에서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가 열릴 예정이라니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당당히 맞서 국익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선포한 전방위적 관세와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의 위기가 고조되는 만큼 우리 측에서 먼저 한·중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초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중국은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물 설치를 즉각 중단하고 한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국제 질서에 맞는 책임감 있는 나라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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