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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간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했던 전국 의대생 8305명이 결국 ‘징계 없는 복귀’를 확정지었다. 정부는 졸업 일정에 맞춘 국가시험 추가 실시, 학사 일정 유연화, 재정 지원까지 약속하며 사실상 의대생만을 위한 ‘트리플 특혜 패키지’를 제공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의대생에 한정된 긴급 대응”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학칙과 국가시험 일정을 유연하게 변경한 전례가 타 학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7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정부는 ‘의대생 복귀는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사회와 대중 여론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불법 단체행동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은 정책적 판단을 넘어 도덕적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에 선처한 전례를 남기더니, 이재명 정부는 아예 국가시험 일정까지 조정하며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 정권은 사실상 의대생 집단행동에 국가가 무릎 꿇는 ‘면죄부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가 이 구조를 방조하거나 학습시켰기 때문”이라며, “이 악순환의 책임은 정부의 우유부단과 정치적 계산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지난 17일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반대 청원’에는 27일 오후 1시 기준 6만5000여 명이 동참하며, 단기간에 5만 명을 넘겨 국회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반발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학사 유연화와 정책 선심에 대한 구조적 반감이 폭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복귀 조치의 핵심은 사실상 ‘전원 구제’라는 점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 학칙에 따라 유급은 유지하되, 제적 여부는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급 대상자 8300명은 2학기부터 수업을 재개하고, 제적 대상자 46명도 대학이 학칙 개정을 통해 복귀시킬 수 있게 됐다.
학년별 졸업 일정도 조정됐다. △본과 4학년은 2026년 8월, △본과 3학년은 2027년 2월 또는 8월, △본과 2학년은 2028년 2월, △본과 1학년은 2029년 2월 졸업 예정이며, 예과 1·2학년은 2026년 3월에 정상 진급한다.
미이수 학점은 방학을 활용해 이수하며, 각 대학은 이를 위해 학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논란의 정점은 국가시험 추가 실시다.
현행 제도상 국시는 졸업 전 6개월 이내의 예비 졸업생만 응시할 수 있지만, 복귀생들의 졸업 시기에 맞춰 시험 일정을 이례적으로 추가 운영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되면서 특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복귀한 기복귀 학생들과 이번에 복귀하는 학생들 간의 내부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기복귀자를 ‘감귤’이라 부르며 조롱하거나 단체 채팅방에서 따돌림, 불이익 예고가 벌어졌다는 정황이 복수의 대학에서 확인됐다. 특히 단톡방 일부에서는 “다음 학기엔 과제도 나눠주지 말자” “같은 조 편성은 절대 못 받아들인다” 는 등의 메시지가 공유되며, 사회적 제재를 암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대학은 복귀생들로부터 기복귀자에 대한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따돌림 금지 서약서’를 제출받는 자구책을 시행 중이나, 법적 강제력 없는 형식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2024·2025학번이 동시에 진급하면서 ‘트리플링’(세 학번이 한 강의실에 몰리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예과뿐 아니라 본과 교육 과정에서도 실습 기자재, 병상, 지도교수 등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점국립대 관계자는 “단기적 수업은 가능해도, 2029년쯤 본과 실습이 본격화되면 실습 교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라며 교육 질 저하 가능성을 경고했다.
타 학과 학생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18일 차의과대학교 타과 학생 300여 명은 “제적 대상자 구제는 명백한 형평성 위반”이라며, 학교 측이 복귀를 강행할 경우 집단 휴학에 나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복귀 학생도 방학 등을 통해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될 것이며, 이는 특혜가 아닌 유연한 교육 방식일 뿐”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또한 “의사 수급 문제 해결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하며, 이번 결정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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