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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자룽(林佳龍) 대만 외교부장(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전 경제안보담당 장관)을 만났다. 26일 대만 중앙통신(CNA)과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후루야 게이지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을 찾은 린 부장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시찰 전에 린 부장을 만났다는데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다. 높아지는 이시바 총리 사임 압박 속에 대만 고위 인사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를 방문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교도통신은 린 부장이 “이례적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고 짚었으며, CNA 역시 린 부장의 일본 방문 일정이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라이칭더 총통의 국정 전략팀 및 안보외교팀의 핵심 존재로 미·대만 및 다자 외교협의의 연속성을 유지해 온 인물이다. 타이중 시장, 교통부 장관, 총통 비서실장을 거쳐 행정·외교 전반에 깊은 이해와 실무력을 갖췄으며 미국과의 고위급 비공식 채널 대화에도 참여하는 등 대만의 실질적 외교전략 중추로 평가받는다. 특히 반중·대만 단독성 수호를 중심으로 ‘비(非)중국 공급망 구축’에 힘써 왔다.
후루야 의원이 올린 현장 사진엔 리이양 주일 대만 대표 등도 보인다. 다카이치 의원은 최근 자민당의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후 확산 중인 이시바 총리 퇴진론 속에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행정 수반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다카이치는 보수 정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강성 보수주의자다. 미국 주도 세계 질서 수호와 중국 견제 등은 물론 동성결혼·부부별성(결혼 후 각자 성 사용) 또한 반대한다. 헌법 9조 개정과 센카쿠 열도 등 영유권 문제, 대만 주권 옹호에 적극적이다. 경제안보 장관 시절 물류·기술·사이버 등을 중시한 다카이치가 기업인들 사이에서 이시바 총리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인 여론조사도 있다.
린 부장은 도쿄 체류기간 동안 대만 외교부장으로선 처음 주일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를 시찰한 후 오사카 엑스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CNA가 전했다. 일본은 197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만과 단교했으나 상대국에 자국 대표부를 두고 비공식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독립국가 아닌 자국 영토(대만성)로 주장하는 중국은 린 부장의 방일에 즉각 일본을 향해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외교부가 전날 저녁 홈페이지를 통해 “류진쑹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이 요코치 아키라 주중 일본대사관 수석공사와 긴급 면담으로 엄정한 교섭을 진행하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어 어감상 매우 강력한 표현이다.
류 국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이 린 부장의 이른바 ‘개인 신분’의 무단 방문을 용인해 반중 분열정치 활동을 하는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며 “중국은 일본이 즉시 이 사건의 악영향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거쳐 언젠가 자유화할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 속에 대만에서 ‘친중’ 내지 ‘하나의 중국 동조’에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없던 시절도 있었으나 시진핑 정권 이래 미·중 대결 구도는 이를 ‘반국가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중국의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레드 라인’이 대만 문제다. 다만 대만의 2340만 인구 가운데 국민당 정부의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옮겨 온 이후 태어난 인구가 약 80%인 오늘날 양안 문제 양상은 한층 복잡다단해졌다. 가까운 조상이 대륙 출신인 사람들은 현재 대만인 15% 미만이다. 대다수 대만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지속이지 ‘민족 통일’이나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등이 아니다. 과거 항일전쟁에서 분투하던 국민당 정권이 대만에 왔을 때 대만인들은 일부 좌익을 제외하면 일본제국의 통치에 안주해 있었기에 반일 감정도 없다.
한편 대만에서 26일 실시된 국민당 소속 의원 24명에 대한 파면(국민소환) 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이런 결과의 최대 원인으로 정치적 피로감이 지적된다. 국민당은 1945년 일본 패망 후 국공내전에서 밀려 대만으로 천도한 이래 반공정권을 표방해 왔으나 성향의 변화를 거쳤다. 대만인들에게 국민당이란 갑가지 밀려든 외부 세력 이미지가 강하다. 대만 토착 인구와의 갈등 속에 국민당이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지목됐었으나 1990년대 탈냉전 이래 ‘민주화’ 명분 아래, 또 미국·중국 밀월관계 속에 지속된 양안(중국·대만) 우호 속에 국민당은 친중 세력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민소환 투표가 친미·반중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이 여소야대 구도를 깨기 위한 승부수라고 여겨졌으나 실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NA와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과 블룸버그·AP 통신 등은 이날 실시된 파면투표 개표 결과 모든 선거구에서 파면 부결 확정을 보도됐다. 투표율이 선거구별로 40∼60% 수준이었다. 대만 공직인원선거파면법상 파면투표는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으면서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25%를 넘어야 한다. 투표가 치러진 총 25개 선거구 모두에서 파면 찬성이 유권자 수의 25%를 넘긴 선거구는 7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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