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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20년 염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다시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노동부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 간담회를 열고 법안 통과 일정을 논의하며, 오는 8월 4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여당 내부 이견, 경영계의 거센 반발, 노동계의 ‘후퇴’ 비판이라는 삼중 난제가 얽히면서, 이 속도전이 예고대로 완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 김주영 의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해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개혁입법”임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사람 위에 법이 없듯,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된 이 법의 조속한 개정은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개혁과제”라며, 정부 차원의 신속한 현장 적용 의지를 밝혔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개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김영훈 장관과 면담하며 “노조법 2·3조 개정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우리 노사관계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사용자 개념의 무분별한 확장과 쟁의행위 범위 확대는 기업의 정당한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대한 방어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며 “특히 손해배상 청구 제한은 불법·폭력적 쟁의행위를 사실상 면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운영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별도 면담에서, 최태원 회장도 노란봉투법이 “재계의 가장 중대한 현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들은 통상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 잇단 규제에 시달려 왔는데, 여기에 노조법 개정과 정년연장 논의까지 겹치며 불확실성과 인건비 부담이 한계점에 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사용자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할 경우, 원청이 하청업체 직원의 노사 갈등에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는 공급망 전반에 법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특히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에도 심각한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정 “8월 4일 본회의 통과 목표”…노란봉투법 속도전 돌입
경영계 “노조의 경영 개입 길 터주는 독소조항” 강력 반발
노동계 “정부 수정안은 후퇴…원안 통과돼야” 강경 입장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 개념의 광범위한 확대를 통한 원청의 책임 강화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제한 △쟁의행위 범위의 대폭 확장이다.
재계는 이러한 조항들이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용자’ 개념을 원청까지 확장할 경우, 원청 기업이 자신과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하청 노동자들과의 갈등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기업 간 거래 구조와 계약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조치라는 것이다.
또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은 불법·과격한 쟁의행위를 사실상 묵인하거나 면책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기업 입장에서 법적 대응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쟁의행위의 범위 확대 역시 노조의 경영 개입 수위를 높이고, 기업 내부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일부 경제단체는 이번 정부 수정안조차 “노조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해, 결과적으로는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며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진보당과 민주노총·한국노총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은 윤석열 정부가 거부했던 기존 원안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며 “유예기간 1년과 시행령 위임 조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역시 논평을 통해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정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온전한 원안 통과’를 요구하며 환노위 회의장 앞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7월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김주영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민주당 원안에 충실한 방향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며 “시행 유예기간도 기존 6개월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참모들에게 “일정을 미루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더 완벽한 안을 만드는 것보다 속도 있게 입법을 완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한편, 여권 내부에서도 유예기간, 시행령 위임 등 세부 조항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존재하며, 법안소위 심사 결과에 따라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이견 조율 없는 일방적 처리는 안 된다”며 논의 연기를 요구했고, “미국과 통상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법안의 통과는 시기상 부적절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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