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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6000만 원 날렸어요.”
피해자 A(67세·여성)는 “카드 배송원을 가장한 조직이 전화로 접근한 뒤 금감원과 검사를 사칭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시나리오로 협박하며 자금을 옮기게 했다”며 “그 결과 2억6천만원을 송금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그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웠고 결국 전 재산을 잃었다”며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범죄인 만큼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사후 구제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원 교육센터 현장 간담회에서 공유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경찰청,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 기관과 피해자, 금융 전문가, 업권 단체들과 보이스피싱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가 보이스피싱 대응의 핵심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보이스피싱 AI 플랫폼(가칭)’ 구축이다. 이 플랫폼은 금융회사, 통신사, 수사기관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를 통합해 실시간 공유하고, AI 기술로 분석·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의심 정보는 ‘긴급공유 정보’와 ‘AI 분석정보’로 구분된다. 긴급공유 정보는 피해자 연락처나 범죄자 계좌 등으로 별도 가공 없이 즉시 공유돼 지급정지 등 신속한 조치를 가능케 한다. AI 분석정보는 계좌 개설 이력 등 거래 패턴을 기반으로 의심 계좌를 사전에 탐지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제2금융권도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통신사나 수사기관도 수사 전략 수립과 차단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플랫폼은 전산화된 정보 공유를 통해 기관 간 협업의 효율성도 높인다. 기존 전화나 이메일 중심의 수동 방식에서 벗어나 클릭 몇 번으로 지급정지 요청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금융위는 연내 플랫폼을 출범하고 개인정보 공유를 위한 법적 특례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명칭은 국민 공모로 선정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AI·딥페이크 기술·가상자산·스미싱 등 최신 기술을 악용해 발빠르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윤상 서울경찰청 수사팀장은 “악성앱이 설치된 휴대폰 관련정보를 수사당국에서 입수했음에도 법령상 제한 등으로 금융회사 등에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점이 안타깝다”면서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등을 통해 이러한 정보가 집중·공유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사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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