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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추진하던 약 1조 원 규모의 초대형 주상복합단지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가 인허가 절차 지연 등에 의한 손실로 중단될 전망이다. 23일(시간) 사업 주체인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에 따르면 사흘 전 호치민시 인민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장기간 사업 지체에 따른 토지사용료 등 비용 급증과 관련 법 개정 등 환경 변화로 말미암아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으며 할당받은 토지를 반환한다고 통보했다. 2017년 자본금 2200억 원을 선투자해 착수된 사업이었다.
호치민시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로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오피스·호텔·레지던스·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대형 복합 스마트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롯데 측은 총사업비 약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입했다. 서울 코엑스의 1.5배인 연면적 약 68만㎡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베트남 중앙정부의 개발 프로젝트 감사, 코로나19 때 절차 중단, 지속적인 관련 법령 개정 등이 이어져 인허가 과정은 계속 미뤄졌다. 여기엔 베트남 공산당의 체질도 한몫했다. 중국에 비해 베트남은 중앙과 지방 정부 권한 대립이 뿌리깊어 신속한 정책 결정이나 판단에 걸림돌로 꼽혀 왔다.
통상 투자금 납입 후 1년 이내 마무리되는 토지사용료 결정이 약 8년 만인 지난달에야 났다. 그 사이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해 당초 1조 원대였던 사업비가 3조500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났으며 특히 토지사용료는 작년 관련법 개정으로 추가 부담이 더해져 기존 1000억 원대에서 무려 약 10배로 부풀었다. 이에 롯데 측이 2017년 체결한 사업계약서를 현시점에 맞게 조정하고자 호치민시와 협의를 지속했다. 롯데·포스코 모두 “설계·감리 다 베트남 정부가 지정한 기준과 절차를 따른 것”이라며 시공 이후 발생한 문제들은 예산 축소, 발주처 설계 변경, 유지관리 부족 등의 복합적 작용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국제기구인 국제상공회의소(ICC) 역시 ‘중대한 시공 과실’은 없다고 인정하며 공사대금 지급을 촉구했지만 베트남 측에선 응할 기미가 없다. 롯데 측에선 △토지사용료 추가 부담금 불확실성 해소 △외부 투자자 유치 허용 △롯데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 조정 허용 △토지사용료 납부 시기 조정 등을 제안했으나 호치민시에선 기존 방침을 고집했다. 즉 2017년 당시 합의된 조건대로 할 것과 토지사용료 또한 증액된 올해 기준으로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고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2022년 9월 착공식 때 신동빈 회장이 참석해 베트남 최고의 스마트단지 조성과 도시 경쟁력 강화의 포부를 드러내는 등 공을 들인 만큼 엄청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를 피하려면 협상밖에 없다. ICC가 롯데 손을 늘어줬으나 공사대금 지급 집행엔 법원 명령이 결정적이다.
베트남 정부나 발주처(호치민시)가 롯데의 현금흐름 악화와 베트남 투자 집중 등 약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이 외자 유치에 힘써 온 베트남 정부의 정책 일관성 및 이미지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국내 정치적 효과가 지대하다고 평가된다. 베트남 언론 및 여론은 롯데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으나 이미 “외국 기업이 불량 도로를 남겼다” 식의 서사를 강조해 왔다. 베트남 정부로선 공사 품질을 문제삼음으로써 자국민 보호 논리를 펼 수 있고 ‘국익 최우선’ ‘사법주권 수호’ ‘본보기 효과’(외국 기업에 경고 메시지) 등 여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성장 둔화’ ‘부패’ 등에서 오는 내부 불만을 전가시키기도 편리하다.
하노이 인민법원이 대낭~꽝아이 고속도로 공사에 대한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하자 책임을 인정해 배상 명령을 내렸을 때도 비슷한 품질 문제였다. 2018년 10월 국영 매체 영문판 베트남뉴스가 고속도로 개통 한 달 만에 여러 하자가 노출됐다면서 해당 공사를 “형식적인 땜질”이라고까지 풍자했다. 2023년 11월 국제 건설업 전문 매체 ‘글로벌 컨스트럭션 리뷰’가 이 일로 베트남 당국이 자국민 시공 관련 책임자 22명을 최대 6년 형에 처한 점을 짚었다. 작년 10월 중국·한국·베트남 시공사들에 총 1870만 달러(2543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사실도 전해졌다. 이 문제로 작년 9월 롯데와 포스코에겐 각각 약 70억 원·39억 원을 물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한국 정부가 이를 외교문제로 격상시켜 베트남 외교부 및 교통부 등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베트남 측으로부터 서류 검토 중이라는 답신뿐이라고 보도됐다. 과거 베트남 투자 과정에서 롯데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적 있는 것도 약점이다. 베트남은 롯데건설 해외 포트폴리오의 핵심이자 그룹 이미지 거점이었기에 하노이 철수란 롯데건설 해외 전략의 붕괴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본 히타치처럼 정반대 사례도 있다. 작년 12월 12년 만에 개통된 호치민시 1호선 지하철 공사엔 장비 공급 지연을 이유로 히타치가 베트남 정부 산하 철도공사에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해 협상 중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이 하노이에서 첫 그룹 차원의 해외 계열사 통합 채용박람회를 열어 유망 인재 확보에 나섰다. 롯데가 베트남 ‘고용 창출’의 주요 매개임을 인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22일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L7 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롯데백화점·롯데호텔·롯데물산·롯데마트·롯데월드·롯데이노베이트 등 6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약 400명 모집 예정이었으나 신청자 1300여 명이 몰려 대상자를 급히 500명으로 늘려야 했다. 롯데는 1996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래 약 20개 계열사를 통해 약 1만 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롯데가 진출한 27개국 중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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