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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실업급여) 제도의 개혁이 요청된다. 고용보험 제도가 반복 수급을 방조하면서 사실상 ‘실업자 생계유지 장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실업급여는 일시적인 실업 상황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구직급여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위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냈고 적자 상태다. 2024년 말 기준 차입금이 10조 3000억 원 규모로 누적적립금(7조8000억 원) 수준을 웃돌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을 부추긴 건 최저임금이다.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로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의 최소 수급 요건도 관대한 편이다. 6개월 일하고 태업하며 해직을 유도한 뒤 4개월 놀고 다시 6개월 일하는 ‘얌체족’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오죽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에 연동돼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겠는가.
한국노동연구원의 ‘고용보험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실업급여가 경력 개발과 직무 전환을 유도하기보다 단기 일자리 전전과 반복 수급을 부추기는 구조라는 점, 그래서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게 이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고용보험 지출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비율은 0.5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위다. 평균(0.36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과 제도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0.2%에도 미치지 않는다.
방만한 기금 운용과 일부 실업급여 수령자들의 도덕성 해이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명이 실업급여를 24회에 걸쳐 1억 원 가까이 받은 사례마저 드러났다. 실업급여를 2회 이상 수급한 사람은 49만 명(28.9%)으로 집계됐다.
비율로는 2020년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24.7%가 반복 수급자였는데, 2024년에는 이 비율이 28.9%까지 늘어났다. 반복 수급자는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에는 2회 이상 수급자가 42만1000명(24.7%)이었으나 2021년 44만6000명(25.1%), 2024년 49만 명(28.9%)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2회 이상 반복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늘고 있는 것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이유지만, 단기근무를 반복하며 의도적으로 실업급여를 챙기는 수급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정수급 건수도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 사례는 12만 1221건으로 액수는 1409억 원에 달한다. 연평균으로 보면 약 2만4000건, 약 280억 원 수준이며, 부정수급 미회수액도 41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보험 재정의 누수를 가져오고 정당한 수급권자나 사회취약계층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다.
따라서 실업급여의 하한을 현실화하고 상한액을 상향하는 ‘소득 비례 구조’ 개편이 요청된다. 특히 5년 이상 피보험기간을 가진 가입자에 대해선 수급 기간을 늘리고 상한액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기 반복 고용을 양산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보험료율을 높이는 ‘경험요율제’ 도입도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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