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 애경산업 인수전 첫발…우선협상대상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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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한계 넘고 소비재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포석
애경산업 지분 약 63% 인수 가격 4300억 이상 제시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8 10:16:17

태광그룹이 국내 뷰티 업계 ‘3대장’으로 꼽히는 애경산업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섬유 업황 악화 속에서 화장품 등 소비재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지분 약 63%를 매각 대상에 포함했으며, 인수가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4000억 원대 후반 수준으로 전해진다.

애경산업의 지난 5일 기준 시가총액은 4294억 원이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로, 태광 컨소시엄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루나’ ‘AGE 20’s’ ‘케라시스’ ‘2080’ 등 대중 브랜드를 보유한 종합 뷰티·생활용품 기업으로, 국내 유통망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수출 기반을 갖추고 있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홈쇼핑과 연계한 라이브 커머스, 자체 투자 자회사를 통한 뷰티기업 투자 경험 등을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태광산업은 올해 2분기 매출 4646억 원, 영업손실 189억 원을 기록하며 석유화학 부문의 불황을 체감했다. 중국 스판덱스 공장 가동 중단, 국내 석유화학 공장 생산 축소 등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석화·섬유 의존도를 낮추고 화장품·유통 중심의 신사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기점으로 태광그룹의 M&A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추진 중이며, 흥국리츠운용은 최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태광은 2000년대 이호진 전 회장의 공격적 M&A를 통해 케이블TV·홈쇼핑·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나, 이후 사법리스크로 투자가 정체돼 왔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적극 M&A에 나서며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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