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5년간 8800만 건… 1건당 과징금 고작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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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451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과징금 9000억원 부과에도 제재 실효성 논란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22 11:24:00

▲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451건의 사고로 8854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국내 공공·민간 부문에서 최근 5년간 880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건당 과징금은 평균 1000원 수준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2일 민병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정보 유출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451건의 사고로 8854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부과된 과징금은 125건에 대해 총 8772억 원, 과태료는 405건에 대해 249억 원으로 나타났다. 사건당 평균 과징금은 약 7억 원, 과태료는 617만 원이지만, 이를 유출 건수로 나누면 개인정보 1건당 평균 과징금은 1019원에 그쳤다 .

연도별로 보면 2021년 건당 과징금은 41원에 불과했으며, 2022년 200원, 2023년 1063원으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8302원까지 치솟았지만, 올해는 7월까지 2743원 수준으로 다시 낮아졌다. 이는 한번의 대형 사고로 수백만 건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건당 금액이 희석된 결과다.

실제로 7월에는 KT에서 고객 5561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무단 소액결제 피해로 이어졌다. 앞서 SK텔레콤에서도 USIM 정보가 유출된 바 있어 정보통신 업계를 중심으로 보안 관리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전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위반행위와 무관한 매출은 제외할 수 있고, 매출 산정이 어려운 경우 과징금은 20억 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하면 전 세계 매출액의 4% 또는 2000만 유로(약 325억 원) 중 더 큰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2021년 GDPR 위반으로 7억4600만 유로(약 1조2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있다 .

민 의원은 “최근 SK텔레콤과 KT 사례에서 보듯 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우리나라의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유럽 GDPR 수준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제재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또한 민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보도자료에는 KT와 롯데카드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7월까지 처분이 확정된 사고만 집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공개될 자료에 따라 실제 유출 규모와 피해 건수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투자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보안 인프라를 비용으로만 인식한다. 보안 예산 축소가 오히려 대규모 과징금과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강화된 제재와 더불어 기업의 자율적 투자 확대, 정부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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