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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판을 흔들고 있다. 최근 공개된 세계 최초의 1기가와트(GW)급 AI 훈련 클러스터 ‘콜로서스2(Colossus II)’는 단순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인공지능 경쟁의 새로운 지형을 열어젖혔다. 불과 6개월 만에 200메가와트(MW)를 가동한 뒤, 발전소 인수와 테슬라 메가팩 ESS, 합작 법인(JV) 설립을 통해 전력과 규제의 병목을 동시에 풀어낸 그의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 머스크는 “곧 차세대 모델 ‘그록5(Grok-5)’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곧 범용 인공지능(AGI) 경쟁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1GW는 7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다. 단 하나의 클러스터가 이 정도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은, AI 인프라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빅테크가 매년 4000억 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현실은 곧 ‘컴퓨팅 군비 경쟁’이 에너지와 반도체로 확장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머스크의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전력의 주도권 확보다. 그는 듀크 에너지 발전소를 직접 인수해 전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고, 테슬라 ESS로 안정성을 더했다. 둘째, 규제의 우회다. 솔라리스와의 JV 설립으로 규제 장벽을 피해가며, 신속한 인프라 확장을 가능케 했다. 셋째, 속도의 차별화다. 6개월 만에 200MW를 확보한 추진력은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제 질문은 한국 기업이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선 에너지 인프라와의 연계가 절실하다. 데이터센터와 AI 훈련 클러스터는 더 이상 단순한 IT 시설이 아니다. 전력망 안정화, 재생에너지 연계, ESS 구축이 필수다. 한국 기업들도 발전사·전력거래소·신재생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수 없다.
둘째 반도체 경쟁력 강화다. GPU와 AI 가속기는 지금의 AI 패권 경쟁의 심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해외 기업 의존도가 높다. 메모리 강국에 머물지 않고,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생산 역량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산 자원 부족’이라는 구조적 약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셋째 규제 혁신이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나 전력 집약적 시설은 필연적으로 환경·안전·지역 규제와 충돌한다. 한국이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민간 기업이 아무리 투자하고 싶어도 제약에 막힐 수밖에 없다. 미국이 보여주듯 ‘민관 합작 모델’이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결국 AGI 경쟁은 단순한 알고리즘 싸움이 아니다. 에너지·반도체·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전이다. 머스크의 콜로서스2는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 한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기술적 역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다만 에너지 확보, 반도체 투자, 규제 개혁이라는 삼각축을 통합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이번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이 ‘AI 인프라 국가 전략’을 세울 때다.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분리된 영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AGI 경쟁을 위한 하나의 전쟁터로 재설정해야 한다. 머스크의 콜로서스2는 단지 한 기업의 성공 사례가 아니다. 한국이 앞으로 맞닥뜨릴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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