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한 명품 클러치백과 ‘감사 메모’를 확보했다. 이 가방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 의원의 당대표 선거와 연관된 청탁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권 핵심 인사와 영부인 간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6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과 김 여사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등 9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저비비에(Roger Vivier)’의 100만 원대 클러치백 2점이 확보됐으며, 그중 하나에는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가 쓴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편지에는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메모를 ‘청탁금지법’과 ‘정당법 위반’ 수사의 핵심 단서로 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8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과는 무관한 배우자 간의 의례적 인사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2023년 3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뒤 아내가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클러치백을 선물한 사실이 있다”며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덕담 차원의 인사말을 동봉했을 뿐, 어떠한 대가적 의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당선된 제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이유가 없다”며 “특검이 성과 부족을 덮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김 여사 측도 같은 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냈다. 변호인단은 “당시 신임 여당 대표 측에서 대통령 배우자에게 인사를 전하고자 100만 원대의 클러치백을 전달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이는 사회적·의례적 선물로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측은 “일부 언론이 사적 수수나 대가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과도하게 추측하고 있다”며 “사실 확인 없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본래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진행됐으나, 예상치 못한 ‘명품 가방’이 발견되면서 수사 방향이 확장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과거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배우자로부터 디올 재킷, 벨트, 팔찌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에 김 의원 배우자의 선물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김 여사 주변 인맥과 정치권 간 물품 수수의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특검은 김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후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12월 출마 당시 4위에 머물던 김 의원은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 투표’로 바뀌면서 ‘윤심(尹心)’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됐다.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뒤, 김 의원은 ‘친윤 단일 후보’로서 장제원 전 의원과의 ‘김·장 연대’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당선에 성공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 부부의 비공식적 지원이나 교감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