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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 사건에서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며, 사건 초기 한수원 내부에서 감사·법무·노무 라인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 위원장 측은 한수원이 직위해제 기간 중 은행 방문·노조 활동 등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수원은 직위해제중인 강 위원장이 근무하던 사무실에 침입해 문건을 무단 출력했다고 고발취지로 수사기관에 진정했다.
14일 열린 강 위원장 건조물침입 혐의 형사 재판(제4형사단독·임장윤 법관)에 참석한 증인 A 기획부장(당시 차장)은 2020년 1월 본사 법무실에서 새울본부로 파견됐다. 법무실 간부가 지역사업소로 내려간 사례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증인은 자신의 발령에 대해 “자원도 거부도 없었다”며 “인사권자의 인사일뿐” 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A 증인은 2020년 1월28일 강 위원장과 노조 간부가 참석한 식사 자리에도 함께했다. 그는 “상견례”라고 말했다. 이어 2월6일 국회 기자회견, 3월20일 감사원 앞 기자회견에 ‘새울본부 노무 파트장’으로 동행했다.
노무직원이 국회 기자회견에 출장 형태로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증언이 있다. A 증인은 “동향 파악은 관행이며 피고인이 알려줘 참석했다”고 했다. 현장에 사측 인력이 몇 명 더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 위원장은 2020년 1월 한수원 감사실에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검에는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을 포함한 관계자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그 직후인 같은 해 2월, 한수원은 강 위원장에게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강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월성 원전 조기폐쇄 부패행위 신고’에 따른 신분보장 조치를 신청해 공식적인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다. 2022년 9월 법원은 강 위원장의 직위해제가 월성 경제성 조작 고발과 연관성이 있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복직했다.
강 위원장의 건조물침입 혐의는 2020년 직위해제 기간 중 새울1발전소 사무실에 들어가 상사의 PC에서 ‘직위해제자 동향서’와 ‘근태내역서’를 무단 출력했다는 것이다. 또 2022년 경제성 조작 사건 관련 공소장을 노조에 제공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강 위원장 측은 “노조지부장이자 산업안전보건위원으로서 사업장 전체에 대한 출입 권한이 있으며 직위해제로 제한할 수 없다”며 건조물침입 성립 자체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회사가 공익신고자인 강 위원장을 사찰했다고 주장하며 “본사 준법경영실에서 파견된 인력의 지시로 작성된 동향보고서가 PC 화면에 떠 있었고, 이를 출력한 것이 범죄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 진행 속도는 비정상적이었다. 2022년 감사제보(2월8일) → 범죄발생보고(2월14일) → 법률자문(2월22~25일) → 정부법무공단 의견(3월 2일) → 울주경찰서 진정(3월 16일) 불과 37일 만에 수사 의뢰 절차가 완결됐다. 공공기관에서 보기 어려운 속도다.
재판 방청을 한 한수원 관계자들은 “이 사건은 단순한 건조물침입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원전 사업소의 노무·법무·감사 라인이 한 개인의 권익·노조 활동·근태·거주지까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정보가 생성·편집·제출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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