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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가계와 부동산에 집중됐던 대출 흐름을 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실증 분석이 제시됐다. 특히 중소기업과 고생산성 기업에 신용을 배분할수록 성장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근거로 기존 금융 공급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황인도·장훈·김우석 한국은행 연구원은 9일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을 통해 “대출이 어느 부문으로 배분되느냐가 장기 성장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1975~2024년 BIS 통계를 활용해 43개국의 민간신용 흐름과 성장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민간신용의 절대 규모가 같더라도 기업 등 생산 부문에 배분된 신용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유의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적으로는 기업신용 비중이 10%p 증가할 때 장기 성장률은 0.44%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가계신용은 성장률과 뚜렷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가계신용은 GDP 대비 10%p 증가 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실제 데이터가 집중된 60~100% 구간에서 성장 저해 효과가 두드러졌다. 한국의 경우 가계신용은 GDP 대비 90.1%(2024년)로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신용 배분을 조정해 가계신용을 GDP 대비 10%p 줄이고 이를 기업 부문으로 전환할 경우 장기 성장률이 약 0.2%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1.9% 성장하는 경제라면 신용 재배분만으로 성장률이 2.1%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신용이 배분될 때 성장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연구진은 “전체 민간신용 규모를 늘리지 않고 구성만 바꿔도 실질적인 성장 제고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신용이라 하더라도 모든 산업에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는 부동산·건설업 부문 신용은 성장률·총요소생산성(TFP) 개선에 유의한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반면 제조업 등 기타 산업에 신용이 공급될 때는 GDP 성장률이 0.026%p, 총요소생산성(TFP)이 0.013%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어 성장률 제고를 위해 비생산·생산 부문 간 대출 인센티브 조정, 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 인프라 구축, 자본 투자를 통한 자금 공급기능 강화 등 정책적 노력등 세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5%대에서 최근 2% 내외로 떨어진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자원배분 비효율이라며 신용총량이 아닌 신용의 ‘흐름’을 바꾸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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