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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에 뛰어든 건 표면적으로 봤을 때 “환자 편의를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재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약국 뺑뺑이를 막기 위한 것. 따라서 도매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뜯어봤을 때 과연 맞는 주장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논란이 불거진 2024년 언론을 통해 밝혀진 메시지를 보면 “닥터나우 조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진약품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부탁드려요. 지속되지 않을 경우 나우약국에서 제외될 수 있다”
위 문자는 닥터나우 모 직원이 제휴약국에 보낸 문자다. 닥터나우가 겉으로는 환자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약국이 어떤 경로로 의약품을 구매하든 그건 약국의 선택이어야 한다. 그런데 플랫폼은 자신들의 직영 도매상을 이용하지 않으면 제휴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한다. 결국 환자 유입을 무기로 약국을 종속시키려는 구조다. 환자 편의는 명분이고 핵심은 독점화된 공급망을 만드는 것.
플랫폼이 도매업을 가지게 되면 약국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의 하위 구조로 편입된다. 약국은 플랫폼이 보내주는 환자에 의존하고 플랫폼은 도매를 통해 약국의 재고·구매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 관계가 굳어지면 약국이 플랫폼을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시장 전체는 플랫폼이 정한 기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닥터나우는 도매업이 없으면 환자가 원하는 약을 가진 약국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내년 도입되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약국 간 정보 교류가 더 쉬워지면 특정 플랫폼이 도매업을 통해 재고 정보를 독점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플랫폼이 굳이 도매업을 고집하는 건 정보 투명성 때문이 아니라 그 정보가 자신들에게 강력한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혁신을 막는 규제냐 아니냐’의 틀로 좁혀진 것도 아쉽다. 플랫폼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 자체는 막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의약품 유통은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분야다. 이 영역에서 플랫폼이 도매업을 통해 시장을 통째로 쥐려 한다면 당연히 규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약국과 환자를 연결한다고 해서 그 역할까지 민간 기업에 모두 맡길 수는 없다. 공공성과 사익의 구분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사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와 법사위 통과까지 마친 뒤 본회의 상정조차 실패했다.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플랫폼 도매상 금지 조항을 두고 당내 의견 정리가 부족했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적 변수로 인해 논의가 멈춰버린 셈이다. 그 사이 플랫폼은 “우리는 특정 약국을 우대하지 않는다” “대체조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는 플랫폼의 의도를 따져보라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 유통 전체가 플랫폼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구조를 미연에 막자는 데 있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국회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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