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보험사의 사회공헌은 단순 기부나 후원에 머물지 않는다. 저출산, 청소년 고립, 자립준비청년 문제, 디지털 교육 격차가 커지면서 기업 사회공헌에도 사후 지원보다 사전 예방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유소년 스포츠, 보호아동 성장 지원, 금융교육, 디지털·AI 교육 등을 통해 미래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위험을 줄이는 사회공헌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사는 교보생명의 사회공헌을 ‘미래세대 성장 안전망’이라는 관점에서 짚어본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8년, 한국에서 한 보험사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대한교육보험이다. 훗날 교보생명이 된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교육보험회사로 출범했다. 현재 사명인 ‘교보’도 ‘교육보험’에서 따왔다. 사고와 질병에 대비하는 보장을 넘어 자녀 교육이라는 미래를 준비하는 금융상품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교보생명의 교육보험 DNA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교보생명은 매년 입학 시즌을 앞두고 교육보험 가입자들에게 학자금을 미리 지급해왔다. 2026학년도 입학 시즌을 앞둔 지난해 12월에도 교육보험 가입자 4885명에게 학자금 276억 원을 선지급했다. 1인당 평균 565만 원이다. 교보생명은 교육비가 몰리는 시기의 현금 흐름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교육보험의 취지를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약 300만 명의 학생이 교육보험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이어간 역사도 이런 철학을 뒷받침한다.
이 출발점은 지금 교보생명의 사회공헌 방향을 보여주는 단서다. 보험이 사고 이후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교보생명은 미래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위험까지 시야를 넓혔다.
보호아동에서 손주세대까지, 성장 지원 확대
대표 사례는 보호아동 성장 지원사업 ‘꿈도깨비’다. 교보생명은 2021년부터 초록우산과 함께 보호대상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호대상 아동은 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보호 종료 이후 홀로 사회에 나서면 자립준비청년이 된다. 자립준비청년은 경제적 불안뿐 아니라 주거, 진로, 정서, 관계 문제를 한꺼번에 떠안는 경우가 많다.
꿈도깨비 사업은 이런 문제를 단순 생계 지원이 아니라 성장 과정의 문제로 접근한다. 진로 탐색, 디지털 교육, 경제교육, 심리상담, 사회성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자립 기반을 갖추도록 돕는다. 교보생명은 보험업에서 쌓은 금융 이해와 위험관리 관점을 보호아동의 생활 역량, 경제 역량, 미래 준비 교육으로 확장했다.
성과도 나타났다. 꿈도깨비 사업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경제교육에 참여한 청소년은 자립의지와 생활 역량을 키웠고,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도 진로 역량을 높였다. 참여 아동들이 교육, 친구, 변화, 언어, 디지털, 코딩 등을 자신의 변화 경험으로 꼽았다는 점도 사업 효과를 보여준다.
수치를 보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꿈도깨비 사업 누적 참여 인원은 514명, 전체 교육 시간은 2만2710시간에 달했다. 성과보고서는 사업이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성과를 약 12억8000만원, 사회투자수익률(SROI)을 127%로 산출했다. 교보생명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변화를 측정하고 검증하는 구조를 갖췄다. 일반적인 일회성 사회공헌과 결이 다른 이유다.
교보생명의 사회공헌은 유소년 스포츠에서도 같은 방향을 유지한다. 1985년 시작한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국내 대표 민간 유소년 종합체육대회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약 14만8000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450여 명이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교보생명은 이미 이름을 알린 스타보다 가능성을 가진 어린 선수에게 먼저 무대를 열어줬다. 이런 방식이 교보생명식 사회공헌의 색깔을 보여준다.
고객과 설계사가 함께 참여하는 ‘동행 레이스’도 같은 맥락이다. 교보생명은 인생을 긴 마라톤에 비유하며 보험사가 고객의 완주를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사회공헌과 상품, 고객보장 철학은 모두 ‘삶의 경로를 함께 지킨다’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보험상품에서도 세대 간 성장 지원이라는 방향성을 드러냈다. 교보생명이 이달 선보인 ‘교보손주사랑건강보험’과 ‘교보손주사랑포에버종신보험’은 조부모가 손자녀의 건강과 미래 자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상품 자체는 보험 본업에 속하지만, 교보생명은 손주의 성장 단계별 건강 보장과 교육자금, 연금 전환 기능을 결합해 미래세대 지원 철학을 상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고령화와 맞벌이 확산으로 조부모의 돌봄 역할이 커진 사회 변화도 보험 구조에 반영했다.
교육보험 DNA, 교보교육재단으로 확장
교보교육재단은 이 철학을 교육사업 영역으로 넓혔다. 교보생명은 1997년 공익재단인 교보교육재단을 출연해 설립했다. 교보교육재단은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 ‘체.인.지’, 위기청소년 정서 지원 프로그램 ‘마음두드림’, 장학사업 등을 통해 교육 기회와 성장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보험사가 직접 보장하지 않는 영역에서도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한다.
교보교육재단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교보교육재단의 사회공헌은 분리된 활동이라기보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협업 구조에 가깝다”며 “희망다솜 장학사업, 체육꿈나무 장학사업, 우리동네 무장애 지도, 체.인.지 같은 사업은 재단이 기획하고 교보생명이 임직원 참여와 실행을 맡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다솜 장학사업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힘든 대학생을 지원한다. 단순 생계 지원이 아니라 청년층의 교육 기회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체.인.지는 청소년이 직접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만드는 리더십 교육이다. 마음두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과 위기 청소년의 정서 회복을 돕는다. 교사 마음건강 연수는 학생 곁을 지키는 교사의 정서 회복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보험산업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성장 정체와 사업 모델 변화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교보생명의 사회공헌은 보험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사고 이후를 보장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이 현실이 되기 전에 사람의 성장을 지키는 데까지 역할을 넓힐 것인가. 교보생명의 답은 1958년 대한교육보험에서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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