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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2일째 한강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은 잠수교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무더운 여름 밤 강바람을 쐬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달빛무지개분수(사진)가 음악에 맞춰 쏟아내는 물줄기에 흥겨워했다. ⓒ스카이데일리
1976년 준공된 잠수교는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도록 설계된 다리다. 이름 그대로 물에 잠수되도록 설계된 잠수교가 중부지방의 강수량이 급감하면서 2년 넘게 물에 잠지기 않았다. 가장 최근 잠수교가 물에 잠긴 시기는 지난 2013년 7월 23일이었다.
더위를 피해 여름밤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한강을 찾으며 잠수교는 강물 대신 사람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잠수교 인근 반포한강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이 잠수교로 몰리는 데에는 ‘달빛무지개분수’가 큰 역할을 했다.
무더위 피해 달빛무지개분수·세빛섬 찾아 온 인파로 가득 찬 잠수교
기상청은 여름철 일 최고기온이 이틀 이상 33도가 넘을 경우 폭염주의보를 35도가 넘을 경우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는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1주일 내내 폭염 특보가 발동했다.
▲ 잠수교는 지난 1976년 착공됐다. 이후 잠수교 위로 1980년 반포대교가 완공되며 복층구조의 교량이 완성됐다. 이후 유람선 통과를 위해 일부 구간이 약간 솟은 형태로 개조된 잠수교는 지난 2008년 보행자 중심으로 개편됐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12일 오후 7시 무렵 잠수교를 찾았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왕복 4차로에서 왕복 2차로로 개선되면서 자전거도로를 신설하고 보행자전용도로를 확장했다. 잠수교를 지나는 차량들의 제한속도는 40km이하다.
보행자 중심으로 개편된 잠수교에는 조깅을 하는 사람과 산책을 나온 시민들을 여러 명 볼 수 있었다. 자전거 접근성도 좋아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이들로 분주했다.
잠수교의 절반쯤 다다르자 안내방송과 함께 반포대교 위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12월 세계 최장 교량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반포대교의 명물 ‘달빛무지개분수’다. 건너편 반포한강공원에서는 이 분수를 지켜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응집해 있었다.
산책에 나선 중년 부부는 머리 위에서 발 아래로 떨어지는 분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음악에 맞춰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 소리는 여름밤을 청량하게 변화시켰다.
해가 저물수록 잠수교는 조명을 받아 화려해졌다. 분수를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반포한강공원에 몰렸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잠시 페달을 멈췄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를 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A씨(여·28)는 논현동 직장에서 퇴근 후 이따금씩 반포공원을 찾았다. 그는 “달빛무지개분수는 여러 번 봐도 늘 질리지 않는다”며 “못 본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 와서 보고 간다”고 전했다.
▲ 잠수교 남단의 반포한강공원을 찾는 이들은 이곳의 명물로 ‘달빛무지개분수’와 ‘세빛섬’을 꼽았다. 이곳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프로야구 중계를 관람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치맥’과 함께 야구경기 관람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스카이데일리
세빛섬 역시 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간단히 다과를 즐겼다. 세빛섬 옆으로 대형 스크린에서는 야구경기가 중계됐다. 야구를 즐기려는 이들은 ‘치맥’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했다.
아들과 함께 이곳에 나섰다는 인근 주민 B씨(남·46)는 “방학을 맞은 아들과 주로 집에서 야구중계를 보는 편인데 이곳에 와보니 한강을 즐기면서 야구를 볼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원 곳곳에서 그늘막이나 텐트를 설치하고 휴식을 취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대다수 텐트들은 대게 1면만을 개방해 놓은 상태였다. 실제 이곳에 텐트를 설치하고 휴식을 취하는 이들과 대화를 해 본 결과 이들 대다수는 해당 규정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한강시민공원에서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시간은 일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또한 외부에서 내부가 보일 수 있도록 반드시 2면 이상 개방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자가 총 7개동의 텐트에 방문해 이런 제한 규정에 대해 질문한 결과 단 한 곳의 텐트 사용자만이 철거시간을 알고 있었다. 나머지 텐트 이용자들은 텐트 이용 제한 규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 무지개분수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모습(상)과 돗자리, 텐트 등을 치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 한강시민공원 내에서 텐트 설치가 가능한 시간은 일출 후부터 오후 9시까지다. 또 반드시 2면 이상이 개방돼 있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비가 오면 잠기는 불편한 다리의 이유…“전쟁시 파괴 위험 낮고 복구 시간 빨라”
1980년 잠수교 위로 반포대교가 착공하며 한강 유역 중 유일한 복층 구조의 교량이 됐다. 잠수교가 낮게 만들어지고, 복층 구조가 된 데에는 안보적인 측면이 작용했다.
잠수교 교각의 폭이 15m에 불과할 정도 짧은 것과 높이가 낮은 것은 상판이 파괴될 경우 복구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인도교와 한강철교가 폭파된 것을 경험한 정부가 안보용으로 이렇게 설계를 했던 것이다.
잠수교는 비가 오면 사용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교각이 아니라 전쟁 등 위급 시 꼭 필요한 다리로 설계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잠수교는 ‘안보교’라는 별칭을 얻었다. 잠수교는 1986년 유람선의 원활한 통과를 위해 일부 구간이 약간 솟은 형태로 개조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준공 후 첫 20년 동안 잠수교는 연평균 2.6회, 90시간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20년은 이보다 횟수 및 잠수시간 면에서 확연히 감소했다.
▲ 자료: 한강홍수통제소 ⓒ스카이데일리
1996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잠수교는 연평균 2.1회 잠수했으며 연평균잠수 시간은 58시간이었다. 전반부 20년에 비해 후반부 20년이 연간 0.5회, 32시간 덜 잠수한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잠수교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데 원인이 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팔당댐 방류, 조수간만의 차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다.
한강의 경우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이다. 또한 우리나라 황해는 전 세계적으로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곳이다. 밀물 때가 되면 한강하구를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이는 보통 잠수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 인근에서 갈매기가 쉽게 눈에 띄는 이유도 서울 시내까지 밀물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때때로 조위(풍랑·놀 등에 따라 단주기의 해면증강)로 인해 잠수교가 침수된다”며 “한강 및 한강상류지역의 집중호우와 조위가 겹치게 되면 한강 수위가 가파르게 상승해 잠수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댐·보 등의 설치와 한강홍수통제소가 하천수 조절을 위해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는 것도 잠수교 침수 유무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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