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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했다가 업체의 부도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혼의 단꿈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사고가 최근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젊은 층의 결혼 기피현상을 부추길 우려마져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한 예비 신혼부부의 결혼식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피해자들은 이들 사건에 대해 “소위 말하는 ‘먹튀’나 다름 없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많은 신혼부부들이 결혼 준비에 정신없어 업체나 상품 등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약점을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허니문 먹튀’ 사건은 피해자 대부분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아 제2, 제3의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높다. 피해 부부 중 상당수가 신혼여행 일정을 맞추기 위해 결국 다른 여행사를 이용하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이미 지난 일로 치부해버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허니문 먹튀’ 사건에 대해 “피해 금액은 그리 크진 않지만 의도 자체가 불순하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며 “이처럼 신혼의 단꿈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사고가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결혼 기피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기가 막혀”…계약금에 잔금까지 총 350만원 꿀꺽 후 ‘매 달 1%씩 주겠다’ 배짱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차신국(가명,33세)·이혜정(가명,29세) 씨는 결혼 6개월 차 신혼부부다. 지난해 가을 결혼한 차 씨 부부는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혼 여행 직전 여행사가 부도나 버려 자칫 신혼여행을 가지 못 할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차 씨 부부는 “똑같은 피해자는 결코 생겨선 안된다”며 당시 사건을 제보했다.
▲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차신국·이혜정 씨 부부는 신혼여행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서 사전에 신혼여행 상품을 구매한 여행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현재 이들 부부는 해당 업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사진은 차 씨 부부가 경찰서에 낸 고소장과 접수증 ⓒ스카이데일리
차 씨 부부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결혼식을 약 보름 가량 앞둔 지난해 9월 결혼식과 관련된 정보들을 얻기 위해 웨딩박람회에 참석했다. 그 곳에서 시중 여행사보다 싼 가격에 신혼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A업체를 접하게 됐다. A업체의 부스에서 신혼여행 관련 상품을 이것저것 알아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차 씨 부부는 결혼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신혼집 마련, 예식장 예약 등을 준비하느라 신혼여행에는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 결국 몇 일전 박람회에서 상담을 받은 A업체가 문뜩 떠올랐다. 마침 결혼식 비용도 빠듯했던 터라 별 의심 없이 상품을 계약했다. 차 씨 부부는 A업체에 계약금으로 200여만원을 지불했다. 나머지 잔금 150만원도 신혼여행 출발 1주일 전에 치렀다. 계약금과 잔금으로 총 350만원을 지불한 셈이다.
그런데 차 씨 부부는 신혼여행 출발 3일 전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신혼여행 상품을 구매한 여행사가 부도나 신혼여행 상품 계약이 취소된 것이다. 차 씨 부부는 자칫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 할 처지가 됐다.
남편인 차 씨는 인생에 한 번 있는 신혼여행 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형 여행사에 문의한 후 해당 날짜에 떠날 수 있는 신혼여행 상품을 450만원이나 주고 샀다. 날짜에 맞추느라 신혼여행 장소나 서비스 등을 고를 겨를도 없었다. 부도난 A사로 인한 피해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생각하기로 했다.
차 씨는 “결혼식 3일을 앞두고 신혼여행 상품이 취소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그 때만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가뜩이나 결혼 준비로 정신 없는 예비신부는 울기까지 했다”며 “사기를 당한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떻게든 신혼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차 씨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접했다. A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이미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보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이들은 경찰에 신고도 하고 민사 소송까지 준비했다.
차 씨는 “신혼여행 후 A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는 과정에서 우리 부부 뿐 만 아니라 여러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현재 다른 피해자들과 힘을 합쳐 피해금을 회수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사건 발생 약 6개월여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보상 관련 문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며 “A업체 대표는 다달이 피해액의 1%씩 갚겠다는 황당한 합의 조건을 앞세워 당당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일부 피해자들은 ‘더 이상 해당 사건으로 스트레스 받기 싫어 없는 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며 손을 털고 떠났다”며 “우리 부부 또한 억울하긴 하지만 그냥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신혼여행 상품 계약금 날려, 6개월 후 범인 잡고 보니 사전에 계획된 ‘철저한 사기’
▲ 최근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판매한 신혼여행 상품을 판매한 업체들의 부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일부 업체의 경우 사전에 부도를 계획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밀한 사기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신혼여행 상품 판매업체의 고의 부도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직접 작성한 피해 목록 문서 ⓒ스카이데일리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김정수(가명,31세)·김미경(가명. 27세) 씨 또한 차 씨 부부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결혼식을 올린 김 씨 부부 또한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한 업체의 부도로 500만원이 넘는 돈을 그대로 날렸다.
다만 차 씨 부부와 달리 신혼여행 업체의 부도를 좀 더 일찍 알아채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상품 판매 금액의 절반 수준인 계약금만 손해를 봤다. 이들 부부 역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경찰에 신고만 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 김 씨는 “아내가 ‘어떻게든 돈을 찾아 오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혼여행의 단꿈이 업체의 부도로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며 “신혼여행 기간 내내 행복한 감정보다는 부도 업체에 대한 원망만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추후 확인 결과, 피해자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며 “그러나 그 중 상당수는 신혼여행을 이미 다녀왔다는 이유로 신고 자체도 안한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임정현(가명,35세)·이은진(가명,33세) 부부도 위와 비슷한 사건의 피해자다. 이들 부부는 신혼여행 상품 계약금으로 150만원을 지불했지만 업체 대표가 잠적하는 바람에 그 돈을 고스란히 날렸다. 약 6개월이 지난 후 범인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를 듣게 된 임 씨는 허탈한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받고 잠적한 행위 자체가 이미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범인들은 경찰에 잡히는 상황까지 가정하고, 현금 결제를 유도해 피해액을 최대한 감추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임 씨는 “당시 경찰에 들은 바로는 범인들은 이번 사건 전에도 비슷한 행각을 여러 번 저질렀다고 한다”며 “이는 철저하게 사전에 계획된 명백한 ‘사기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주변에서 비슷한 피해자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사전에 계획된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사기라면 이는 성스러운 인생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결혼 사흘 전 신혼여행 상품 계약업체 부도…“금전적 피해 보다 정신적 피해 더 커”
김인수(실명,31)·김보경(실명,27) 부부는 직접적인 금전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결혼 전 여행업체의 부도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은 케이스다. 김 씨 부부는 “‘허니문 먹튀’ 사건도 심각하지만 신혼부부들의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부실한 여행업체의 난립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며 자신들이 겪은 일을 털어놨다.
김 씨 부부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한 여행사의 부도소식이었다. 여행사 측은 100% 환불 가능하다는 안내문과 함께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
▲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계약 당사자가 잔금까지 치른 상황에서 부도에 직면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으로 기업 부도의 경우 어느 정도 사전에 인지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잔금까지 치른 정황에 비춰볼 때, 당초 상품 판매 의도가 의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진은 잔금까지 치른 후 계약업체의 부도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잔금 입금 후 업체로부터 받은 일정표(피해자는 일정표까지 건내는 치밀함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소식을 접한 김 씨 부부는 크게 낙담했다. 결혼식을 사흘 앞둔 상황에서 신혼여행 계약을 다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비행기, 호텔, 리조트 등의 예약은 이미 정상적으로 이뤄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예약된 상품을 이용하려면 여행사가 미납 지급한 숙박료 160만원을 결재해야하는 단서가 붙었다. 160만원은 보증보험을 통해 추후 환불이 가능하며 약 3개월 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여행사 측은 설명했다.
신랑 김 씨는 석연찮은 점이 많았지만 인생에서 단 한번 뿐인 신혼여행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증보험 측에 우선 160만원을 지불해도 괜찮을지에 대해 확인했다. 보증보험 측은 추후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가 납입분 160만원은 계약불이행 부분이므로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항공권 예약여부를 확인했다. 아시아나 항공사에 문의한 결과 김 씨가 안내받은 당일 김 씨 부부의 이름의 예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있었다. 비용도 이미 지불된 상태였다. 현지 호텔과 리조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약과 대금지급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김 씨는 결혼식 전 날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모두 정상이었다.
여기서 김 씨는 왜 16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됐다. 확인해보니 추가 납부금은 부도난 여행사 측이 현지 인바운드 여행사에 미지급한 금액이었다. 항공권은 국내에서, 숙박 등은 현지 인바운드 여행사가 책임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김 씨 부부는 160만원 추가결재 후 무사히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아직 160만원 부분에 대한 환불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서류절차가 끝나면 약 3개월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뿐이다.
김 씨 부부는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지만 가기 전부터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며 “사용한 160만원이야 환불받을 수 있다지만 결혼 식을 앞둔 상황에서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누가 책임져주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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