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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토익응시자는 매년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토익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오는 29일부터 새로 시험이 치러지는 토익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사진은 강남역에 위치한 한 대형학원에서 스터디를 진행하는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최성규·김인희·이경엽·황새봄 기자] 오는 29일부터 새로 바뀌는 토익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격앙 그 자체였다. 기자는 지난 11일 유명 토익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역을 찾아 취업준비생들의 ‘신토익’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29일부터 신토익 시험이 치러질 예정인데 학원가에서 구토익과 신토익을 아직 구분해서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원에 따라 강사에 따라 가르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학원가 관계자에 따르면 6월이 돼야 정확한 커리큘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기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스터디룸을 찾아 신토익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김진환씨(가명·24)는 “신토익이 정말 많이 어려워져서 수업 듣고 스터디하고 숙제까지 하면 학원에서 거의 6~7시간동안 공부하게 된다”며 “무슨 학원이 회사도 아니고 내 돈 내면서 이렇게 공부한다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역시 “신토익으로 바뀐 이후 지문도 많아지고 점수를 쉽게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줄어들고 어려운 문제가 더 늘어났기 때문에 평소보다 공부시간이 더 늘어났다”며 “5년전부터 계속 시험비가 올라서 시험접수비가 너무 비싸 시험비에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이정희씨는 “신토익인지 뭔지 정말 황당하다”며 “예전에 중국어 시험인 HSK가 구HSK에서 신HSK로 바뀌었을때도 각 회사에서 구HSK 점수보다는 신HSK점수를 더 높게 쳐줬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익도 마찬가지로 구토익의 성적이 신토익의 성적보다 저평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신토익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가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에 따르면 강남에 위치한 대형 토익 학원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하는 돈은 60만원에서 100만원 가까이 됐다. 이 돈을 본인이 벌어서 다니는 학생도 있었고 부모님께 부탁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진은 강남 일대 학원에서 나눠주는 토익 시간표 포스터. ⓒ스카이데일리
학원비 등 매달 60만원 부담…100만원 넘는 학생도
지나치게 비싼 토익시험 응시비용과 토익 학원 비용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았다. 취준생 허씨는 “지난 2년간 군생활하면서 조금씩 모은 월급이 200만원 정도 된다”며 “지금 그 돈을 조금씩 소비하면서 학원비를 내고 학원을 다니는 중인데 피눈물이 나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세현씨 역시 “현재 휴학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학원을 다니는 중이다”며 “힘들게 고생해서 번 돈을 이렇게 소비해 버린다는 것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십대 후반의 정모씨는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토익 공부를 시작해 부모님 용돈으로 학원에 다닌다”며 “이런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돈을 낭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익 점수가 계속 안 나오면 점수가 나올 때 까지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이 더욱 힘들다”며 “심적으로 계속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토익 시험 비용도 비싸지만 학원에 다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비싸다”며 “특히 학원비나 교통비도 꽤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일산인데 여기까지 오는데만 두 시간 걸린다”며 “아침 7시에 나와서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김형수(26)씨는 “평택에 거주하면서 강남의 학원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며 “학원비는 내가 그동안 모은 돈 절반에 어머니의 지원이 절반인데 학원비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토익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공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원의 경우 LC와 RC를 포함한 종합반의 주 5일 월 20회 수업 수강료가 36만원이다. 또 월수금·화목금 주 3일 월 10회 수업의 수강료는 약 15만원이다. 여기에 교재 2권의 가격이 각각 1만6000원씩 총 3만2000원이다. 게다가 각 반마다 보충교재비를 매달 약 1만원에 판매한다. 월 2회 수업을 듣는데 최소 40만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여기에 일산, 평택 등 원거리에 거주하는 학생의 경우 교통비만 10만원 가까이 소요된다. 또 강남역 인근의 물가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점심 식비만 해도 한달에 15만원은 소비된다. 한 달에 학원비만 55만원이 소모된다. 그리고 토익 응시료인 4만8900원이 추가되면 한 달에 최소 60만원 가량이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사용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강나경씨(가명·25)는 “현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준비하는 중이다”며 “LC와 RC를 단과반으로 각각 강의 1개씩 듣고 교통비와 식비 등을 합치면 한 달 동안 약 100만원 정도 지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에 가서 공부하기도 하고 학원 밖에서 스터디를 할 때도 있어서 추가적인 지출이 큰 편이다”고 말했다.
이혜민씨는 “식비, 스터디 비용, 학원비 등을 전부 포함한 생활비에서 교재비, 수업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 이상이 넘는다”며 “빠듯하게 생활비를 쓰는 경우 학원비가 전체 생활비의 2/3를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응시료 오르고, 교재 새로 교체…“수업료 추가 인상 가능성 없지 않아”
신토익으로 바꾸면서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기 접수 응시료가 기존의 응시료가 4만2000원에서 2500원 더 올라간 4만4500원이 됐다. 시험일로부터 약 4주전부터 금액을 올려서 받는 특별추가접수의 경우 기존의 4만6200원에서 4만8900원으로 올랐다.
학원가에 따르면 교재 역시 기존의 교재가 쓸모없어지게 되서 새로 구입해야한다. 새로 나온 교재들 중 ETS에서 나온 공식종합서의 경우 가장 비싸서 한 과목당 1만9800원이다. LC와 RC 두 과목을 합치면 거의 4만원 금액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마찬가지로 낮게는 1만5000원 대부터 비싸게는 1만8800원대 까지 있다. 모두 한 과목 기준의 가격으로 2과목 책을 모두 구입하면 약 3만원에서 4만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또 학원 수업료 역시 아직까지는 기존의 금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토익을 가르친지 20년이 넘었다는 조모 강사는 “우리 반에서 신토익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이번 달부터다”며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사진은 강남의 한 대형 학원에 개설된 토익 강좌 모습. [사진=강사 제공]
취직·졸업·어학연수 등 토익 준비는 각양각색
한달 수십만원이 드는 토익을 준비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인하대학교에 다니는 김세희씨는 “우리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700점 이상의 토익 점수가 필요해서 토익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H대학교 법학과에 재학중인 이혜민(가명·27)씨 역시 “우리 학과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학사논문을 작성하거나 토익 85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며 “아직 토익 성적이 850점을 넘기지 못해서 몇 년째 계속 토익 학원을 다니는 중이다”고 말했다.
토익 주관사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 따르면 대학교육협의회에 등록된 전국 4년제 대학 204곳 가운데 작년 기준 졸업인증제에서 토익을 활용하는 대학은 총 118개 학교이다. 이들 대학은 일정 기준의 토익 성적을 졸업 기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인증 외에도 토익을 공부하려는 이유는 다양했다. 이혜민씨는 “대학교 졸업 이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다”며 “로스쿨 입시에서 가장 크게 반영되는 세 가지 전형 요소 중 하나가 토익 성적이기 때문에 더더욱 토익을 공부해야한다”고 말했다.
의학전문대학원 및 약학대학을 준비중인 김동현씨는 “학교 졸업 인증과 더불어 약학대학 입학시험인 PEET와 의학 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인 MEET 때문에 공부한다”며 “PEET나 MEET시험을 보면 그 시험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펙의 일종으로 토익점수를 함께 제출해야 되는데 대체로 850점에서 950점은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학생 김진환씨는 “대학교에서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 있는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 토익을 공부하고 있다”며 “신청 기준 점수인 750점이 목표다”고 말했다.
▲ 강남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상권이면서 동시에 수도권과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4개의 토익 학원인 YBM, 파고다, 해커스, 영단기 등이 모두 강남역에 몰려있다. 사진은 한 대형 영어 학원 앞을 걸어가는 취준생들. ⓒ스카이데일리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2013년 토익 응시자 수는 207만8397명이며 이 중 만 19세부터 29세까지 인원은 167만7627명으로 20대가 전체 응시자의 80%에 달한다.
실제 학원에서 만난 토익 응시자들은 대부분 20대였다. 이들은 취직, 대학교 졸업, 어학연수 자격 취득 등을 목적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다. 또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거나 군대에서 조금씩 모은 돈으로 토익 공부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 학원에서 강의되는 각 반에서 제공되는 스터디를 하기 위해 반별로 나뉘어서 한조에 4~5명씩 앉아있었다. 스터디에서는 시간에 맞춰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채점하며 왜 틀렸는지 확인했다. 이따금씩 자신들을 가르치는 강사에게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학원에 개설된 토익 강의중 하나인 ‘○○반’에서 20년 넘게 토익을 가르쳐오고 있다는 조모 강사는 “우리 반은 2~3시간 정도의 정규수업을 듣고 나서 1~2시간이 과외식 밀착 스터디를 하는 것이 필수 사항이다”며 “다른 반도 마찬가지로 스터디가 필수다”고 말했다.
취직해도 여전히 토익…“더 좋은 회사, 이직하려면 어쩔 수 없어”
취준생 시절에 열심히 토익 공부를 해도 취직 이후에 토익을 계속 공부해줘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직장인들이 주로 몰린다는 저녁 시간대 수업을 직접 청강해 봤다.
수업이 시작하는 저녁 7시30분이 되자 강의실 안에는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손에 든 젊은 남성 직장인들과 화장을 짙게 하고 정장을 빼입은 여성 직장인들이 손에 책을 들고 교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의 표정에는 하루 동안의 직장 생활에서 쌓인 피로가 역력해 보였다. 또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의한 짜증이 가득했다. 김기정씨(가명·29)는 “현재 조경쪽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다”며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지난달 YBM 한국토익위원회와 한 취업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로는 ‘자기계발을 위해(61.8%)’서가 가장 많았지만 다음으로 많은 이유는 바로 ‘이직하기 위해(35%)’였다. 이어 ‘승진하기 위해(18%)’, ‘해외근무를 위해(14.4%)’, ‘인사고과를 잘 받기 위해(10.8%)’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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