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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5월 인구동향은 오랜 폭염과 가뭄 끝에 내린 단비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1~5월 누적 출생아 수가 작년 동기 대비 약 7% 급증했다.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하락할 것을 우려하던 대한민국의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 같은 통계 수치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희소식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과연 정부는 이 미약한 반등의 불씨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지금까지의 출산 장려 정책은 과연 충분했고 또 균형이 잡혀 있었는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출생아 수는 10만 6048명. 이는 지난해 동기의 9만 9194명과 비교했을 때 6.9%나 늘어난 수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5월 한 달만 놓고 보더라도 출생아 수는 2만 309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증가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0.75명을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지난해 동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혼인 건수 증가와 30대 초반 여성 인구의 증가가 꼽힌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미뤄졌던 결혼이 늘고, 출산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의 인구 구성 비율이 높아진 것이 양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3년(10만1965명)과 2024년(9만9194명)에 이어 출생아 수가 세 번째로 적다는 사실은 이번 증가세가 인구 감소 추세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만한 강력한 반등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극심한 저점에서 잠시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5월 사망자 수는 2 8510명으로 출생아 수(2만309명)를 크게 웃돌면서 인구는 한 달 만에 8202명 자연 감소했다. 인구 소멸이라는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출생아 수의 일시적 증가는 이 흐름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구감소를 늦추기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출생아 수 증가에 대응할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
중앙정부와 개별 지방자치단체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재원을 투자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
생애주기별 금전적 지원, 난임시술비 지원 확대, 주거 및 세제 지원, 육아휴직 및 노동환경 개선 등 전방위적인 정책적 지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보였다는 후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그 과정에서 250개 지자체 중 20%에 달하는 50곳은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분만실이 없는 산부인과가 존재하는 등 출산 인프라가 붕괴 수순을 밟고 있다.
산모가 집 가까운 곳에서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국내에서도 타지역으로의 원정 출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지에서 어렵게 출산하고 돌아와도 아이를 치료할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역시 없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시·군·구가 적지 않아 원정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환절기만 되면 펼쳐지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은 여전하다.
출생률은 바닥인데 부족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준비도 없고 지역 균형도 없다. 1년여 넘게 지속된 의·정 갈등 속에서 안전한 출산과 건강한 아이를 위한 인프라의 붕괴는 가속화됐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과연 충분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주로 출생에 따른 직접적인 지원금 지급, 단기적인 현금 보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는 단순히 양육비 때문만은 아니다.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불안정한 고용 시장,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남성과 여성이 공평하게 분담하지 않는 육아 책임의 부담 등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
진정한 출생률 제고를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 근무제 확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조성, 국·공립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시설의 대대적인 확충 등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아울러 건강한 아이의 출생과 성장 과정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될 지점이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 의료비 급증에 빠듯해지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에만 마냥 기대어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출산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준다 한들 전국 20%의 지역엔 태어나는 아이를 받아 줄 분만실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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