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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내기마을에서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5년 간 전체 주민의 20%에 달하는 17명이 각종 암에 걸렸다. 이들 중 10명은 사망했으며 나머지는 투병 중이다. 주민들은 인근 아스콘공장을 의심했다. 불과 300m 떨어진 이곳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실제 아스콘공장에서 배출되는 공기 중에는 벤조피렌 등이 다수 포함된 것을 알려졌다. 벤조피렌은 1군 발암물질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서울대학교 백도명 교수 연구팀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연구팀은 내기마을의 암 발생 원인으로 △다핵 방향족 화학물(PAHs·1군 발암물질 벤조피렌 포함) △가구 실내라돈 농도 △개인의 흡연력 등을 지목했다. 연관성이 있다고 입증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수도권에서 재현되는 분위기다. 아스콘공장 인근에 위치한 경찰서에서 집단 암환자가 발생하고 또 수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은 주거지 및 학교 등과 멀지않은 거리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이 날로 커져가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논란의 현장 의왕을 찾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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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의왕경찰서(사진) 경찰직원들이 대장암, 부신암, 간암 등의 암 발병이 지속되고 잇따라 사망하자 인근 지역 주민들은 ‘발암물질’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서 및 일대 주민들은 집단 암 발병의 근원지로 인근에 위치한 아스콘 공장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원인규명은 되지 않아 주민들의 공포감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집단 암환자가 발생한 경기 의왕경찰서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의왕시 고천동에 개청한 후 의왕경찰서에서는 약 7년 동안 6명의 암 환자가 발생, 이곳 일대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6명의 암 환자들 중 대장암·부신암·간암 판정을 받은 3명은 현재 사망했다.
2명은 구강암과 침샘암을 앓고 있으며 지난 연말에는 의왕경찰서 소속 파출소에서 암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암 환자 발생 빈도가 잦아지자 의왕경찰서는 지난해 말 긴급검진을 실시했다. 무려 10명이 정밀검사가 필요한 질환의심환자로 분류됐다.
급기야 의왕경찰서는 형사과·수사과 등 일부부서 인원 54명을 구 고천동주민센터로 긴급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서 직원들은 암 발병 원인으로 경찰서와 인접한 H사 아스콘공장을 지목하는 분위기다.
공장과 경찰서 간 거리는 불과 120m다. 다수의 암 환자가 발생했던 내기마을과 인접 아스콘공장 간 거리 300m의 절반 이하다. 경찰서와 도보 2분 거리의 아스콘공장에서는 불완전연소 등으로 발생하는 벤조피린 등 1군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암 발병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인근 주민들은 더 이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게 중앙 정부가 나서 하루빨리 조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암 환자 ‘속속’ 발병해도 원인 오리무중…“충격과 불안,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
의왕경찰서는 일부 부서가 이전한 상황이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찰서에서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10분정도 걸으니 고천동 마을이 나타났다. 교통량이 많은 1번국도 경수대로가 관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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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일대는 아파트 단지, 대형 병원, 학교 등 다수의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와 학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집단 암 환자가 발생한 의왕경찰서와 아파트 단지까지의 거리는 불과 655m였다. 또 초등학교와는 615m, 어린이집과는 510m 거리였다.
모두 도보 10분 이내, 자전거로는 3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 문제의 아스콘공장과는 더욱 가깝다. 공장 반경 500m 안팎에 아파트단지,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등이 밀집했다.
인근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상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은 형체조차 없는 암이 삶에 엄습한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Happy 안양·군포·의왕맘’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수의 주민들은 “경찰서뿐만 아니라 근처 주민들에게도 분명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너무 걱정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누리꾼은 “희망찬 미래도시라고 선전하며 살기 좋다는 말에 이사 왔는데 불안함이 말도 못한다”면서 “다른 것도 아닌 숨 쉴 때마다 들여 마시는 공기가 문제라는데 어린 딸을 가진 엄마 입장에서 그야말로 걱정이 태산이다”고 호소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전북 남원 내기마을의 예를 들며 이에 동조했다.
기자와 만난 주민들 역시 온라인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고천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박지현(44·여)씨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경찰서가 꽤 가까운 거리에 있고 학교도 많은 지역인데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나”고 호소했다.
“고천동 주민으로 너무 걱정 된다”며 입을 뗀 이명실(45·여)씨도 “발암물질이 나오는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지역 주민들이 다 이사 갈 수 없으니 문제가 있는 공장을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스카이데일리에 합동조사 전해와…‘벤조피린’ 허용기준 없어 행정조치 불가능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윤기수(47·남)씨는 “생각하건대 경찰서 내 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인근에도 악영향이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 발 없는 공기가 문제가 된 만큼 관계당국이 조속히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구체적 원인과 해결책 제시를 촉구했다.
김준영(40·남·가명)씨는 “뉴스를 보니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아스콘공장과 관련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제외하고 조사한 후 허용기준 이내라고 발표했던데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
이어 그는 “발암물질 검사를 제대로 진행 안하고 검출장비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너무나 행정 편의적이고 안일한 대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빨리 조사를 마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왕시 고천동 주민들은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고 호소하며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지자체는 2월이 돼서야 조사가 들어가며 원인이 나오더라도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허용기준이 부재해 행정조치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의왕경찰서마저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의아한 상황이다. 사진은 고천동 전경 ⓒ스카이데일리
아스콘공장과 관련한 의왕시의 측정 항목은 △질소산화물 △먼지 △황산화물 △벤젠 △총탄화수소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등 총 7개였다. 그러나 아스콘공장 가동 시 발생되는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검증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진 바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조속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관련 당국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한 셈이다.
경기도는 의왕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 4개 부처와 함께 오는 2월 중 해당 공장의 발암물질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스카이데일리 측에 전해왔다. 이곳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아스콘공장 조업이 없어 정확한 자료 수집을 위해 조업에 맞춰 조사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린의 허용범위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4개 관계부처 조사 결과 벤조피린이 검출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행정조치 조차 가할 수도 없을 상황이라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근거가 있어야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발암물질 벤조피린 배출 허용 기준이 없기 때문이 환경부 등에서 항목 설정을 준비 중이다”며 “배출 허용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및 행정조치에 대한 기약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암 발병 경찰서 수사 안하며 이주…의왕시민 “남겨진 주민들 어쩌라는 것이냐” 울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의왕경찰서 조차 현재 수사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이곳 관계자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적발·위반 사항이 나와야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연구기관 등에서 조사가 끝난 뒤에나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소극적 대처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던 익명을 요구한 한 의왕시민은 “관계 부처는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의왕경찰서는 완전 이전계획을 갖고 있고 의왕선거관리위원회는 이전을 마친 상태다”며 “기관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것이냐”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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