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E fact > 건설·자동차
[이슈진단]-17조 투자 현대차그룹 GBC 사옥 논란
신격호 숙원 옆 정몽구 야심 ‘14M 높은 마천루’
무리수 행보 우려…영업이익·순이익 5년 내리막에 내수·해외 모두 안갯속
이기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15 12:54:25
오는 4월 개장을 앞둔 제2롯데월드(롯데타워)는 롯데그룹이 20여년에 걸쳐 일궈낸 결과물이다. ‘국내 최고층 빌딩’ 건설을 꿈꿔왔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높이만 무려 555m에 달한다. 롯데타워가 개장되면 ‘국내 최고층 빌딩’과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전망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롯데그룹의 결실을 바로 옆에서 무색하게 한 기업이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환경평가서에 따르면 신사옥 GBC(Global Business Center)는 롯데타워보다 14m 높은 569m로 건축된다. GBC는 2021년 완공과 함께 후계 ‘정의선 시대’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신사옥을 건립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현대자동차의 경영상황과 신사옥 사업 추진 등에 대해 진단했다.

 ▲ 현대자동차 그룹의 초고층 신사옥 건축이 빠르면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통합사옥은 569m 높이의 최고층 빌딩으로 건축될 예정이다. 최근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총 17조313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자 경영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현대자동차가 추진중인 신사옥 건립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와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대규모 파업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신사옥 건립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업계 안팎으로부터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으로 인해 사업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초고층 빌딩 건설 이후 위기를 겪는다는 ‘마천루의 저주’를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569m 국내 최고층 빌딩에 호텔, 전시시설까지…포스트 정몽구 시대 상징
 
지난 1일 현대자동차 신사옥 GBC(Global Business Center)의 베일이 벗겨졌다. 강남구는 현대차로부터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 신축사업’(이하 GBC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강남구가 공개한 평가서에 따르면 GBC는 105층, 569m 높이로 건축된다. 조계종 봉은사의 ‘일조권 침해’ 주장이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해당없음’으로 결론 났다. 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예측·평가하는 절차를 뜻한다.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후 시도지자체에 건축 심의·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대차는 지난달 말에 이미 서울시에 건축 심의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제2롯데월드(롯데타워)가 20여년 걸린 인허가 과정을 현대차는 2년 만에 진행한 셈이다. 현대차가 신사옥 건립 사업에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음을 짐잨케하는 대목이다.
 
 서울시로부터 건축 허가가 내려지면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즉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완공예정시기는 2021년이다. 업무시설을 지원하는 통합사옥(105층)과 함께 숙박·업무시설(35층), 공연장(9층), 전시·컨벤션(6층), 전시시설(4층) 등 총 5개동이 건축된다. 총 연면적은 92만6162㎡다.
 
 그 중 연면적 56만㎡에 달하는 통합사옥에는 현대차 그룹 30여개의 계열사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553m 높이에 전망대도 설치된다. 공연시설에는 강남 최대규모 공연장(2000석)이, 숙박시설에는 265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가 한국도시행정학회에 의뢰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GBC건설기간 중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2조5000억원, 고용창출효과 7만9000명, 세수효과 9000억원 등이다. 완공 후 20년 운영을 통해서도 생산유발 253조1000억원, 고용창출 113만7000명, 세수효과 6000억원 등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는 총 5개의 동으로 구성된다. 105층의 통합사옥 외에도 주거·업무시설(35층), 공연장(9층), 전시·컨벤션(6층), 전시시설(4층)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553m 높이의 전망대, 강남 최대규모(2000석)의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사진은 GBC 조감도(위, GBC 환경영향평가서)와 GBC가 들어설 삼성동 일대 부지 ⓒ스카이데일리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현대차 GBC 건립은 영동대로 맞은편 무역센터와 함께 세계 경제중심지로의 도약을 의미한다”며 “세계적인 전망대와 공연장, 전시장 등의 건립은 글로벌 5000만명 이상의 관광객 시대를 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GBC는 ‘포스트 정몽구’ 정의선 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GBC가 본격 가동되는 2020년대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완료되고 계동(정주영 고 명예회장)과 양재동(정몽구 회장)을 잇는 ‘삼성동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정 부회장 경영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GBC 시공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38.62%)에 이은 현대엔지니어링 2대주주(11.72%)에 올라있다.
 
17조원 규모 사업 실효성 ‘의문’…경영실적 악화 속 ‘무리수’ 분분
 
GBC에 대한 여러 기대효과와는 반대로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천문학적 숫자의 사업비와 현대차의 악화된 경영상황이 그 이유로 지목된다.
 
GBC사업의 총 사업비는 17조3130억원에 달한다. 기존에 예상된 14조8595억원보다 2조4434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매입하는데 사용한 돈이 10조5500억이다. 지난 2014년 부지매입 당시 현대차는 감정가(3조3346억원) 3배 이상의 돈을 지불하면서 ‘고가매입’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예상 낙찰 금액은 약 5조원 안팎이었다.
  
현대차가 GBC 건립 후 벌어들일 수 있는 임대수익은 현재 삼성동 임대가(평당 약 10만원)를 기준으로 연간 3362억원이다. 산술적으로 부동산 임대수익만으로 GBC건립 사업에 투자한 비용을 모두 회수하기 위해서는 51년여가 걸린다.
 
하지만 현대차 계열사가 GBC에 입주한 이후 남는 모든 공간을 임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GBC를 통한 임대수익은 이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동은 코엑스, 국제무역센터 등 사무시설이 밀집해 있는 공간이다. 사무, 컨벤션 등 비즈니스센터로 사업 방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잠실 롯데타워 인근은 이미 쇼핑, 문화 지구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잠실 롯데타워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익창출 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현재 현대차의 경영실적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5년 동안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매년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2년 8조436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조1935억원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조563억원에서 5조719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8.31%, 12.1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 2011년(10.3%)부터 감소를 거듭해 지난해 5.5%로 주저앉았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자동차 ⓒ스카이데일리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던 현대 ·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1.17%까지 떨어졌다. 해외시장에서도 지난 2010년 8%대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14년 최고치(8.8%)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8.7%로 다시 하락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5위를 기록한 현대기아차는 세계 1~5위에 포함된 기업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총 판매대수는 788만266대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의해 한·미FTA가 재협상에 돌입할 경우 자동차 수출물량에 대한 관세가 재조정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탈퇴는 멕시코 내에 설립된 현대차 공장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사업성마저 불확실한 GBC 건립을 추진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기 보다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R&D(연구개발)부문에 더 집중해 투자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은 2.4%다. 독일 폴크스바겐(5.6%), 미국 GM(4.9%), 일본 도요타(3.9%)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 재계 중역은 “현대차가 ‘정의선 시대’의 상징으로서 GBC사업에 욕심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 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충정로1가,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박용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