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제4구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속칭 ‘청량리 588’(전농동 588번지)로 불리던 이곳의 성매매 업소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청량리 제4구역 내 80% 이상의 업소들이 이곳을 떠났으며 일부 성매매 업소들만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남아있는 성매매 업주들이 보상비가 적다고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보상금 이외에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업소 이주를 촉구하기 위해 시행사 측의 영업훼방에 업주와 여성들이 불만을 가득 내뿜고 있다. 성매매 업주와 여성들은 “보상금이나 이사비용 등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어차피 철거될 운명인데 그 전까지만 안심하고 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청량리 제4구역의 갈등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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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 ‘청량리 588’이 재개발을 진행중인 시행사와 업주 및 여성종사자 간 갈등에 휩싸였다. 특히 강제철거 전까지는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업주여성과 강제 퇴거를 진행하는 시행사 측 간에 정면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청량리588’에 일부 남아있는 업소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한때 국내 최대 집창촌 중 한 곳이었던 일명 ‘청량리588’이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이곳이 속한 청량리4구역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 지역이 상업지역에 속한 청량리4구역은 4만3281㎡(약 1만3092평) 규모다. 향후 65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4개동과 호텔·공연장 등을 갖춘 42층 타워 1개동이 세워질 예정이다. 자연히 집창촌 역시 사라지게 된다.
슈퍼마켓·여인숙·성매매업소 등이 즐비했던 집창촌 내 상점·업주·세입자는 80% 이상 빠져나간 상태다. 현재는 극히 일부 업소들만이 불을 켜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성매매종사자들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위협을 느꼈다며 보상금·이주비가 아닌 철거 전까지 영업할 수 있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화려했지만 평범하지 못했던 여성들…나뒹군 깨진 거울 청량리 588 오늘 대변
집창촌 일대는 음산한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곳곳이 붉은색 X표시로 채워져 있었다. 문짝은 모두 뜯겨 나가 있는 상태였고 여성들이 대기하며 치장할 때 마주했을 거울도 깨져 있었다. 바닥에는 각종 집기들이 나뒹굴었다.
문을 닫은 곳 중 한 곳을 찾아 내부로 들어갔다. 성인 남성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좁은 복도를 지나자 수십 년간 성매매가 이뤄졌을 방이 보였다. 이곳에는 침대와 이불이 그대로 널브러진 상태였다. 또한 생활용품·화장품 도구 등이 발에 걸렸다. 이곳뿐 아니라 대개 비슷한 모습이었다.

▲ 강제 퇴거를 당한 성매매 업소의 모습은 폐허와 같았다. 업소 전면에 설치됐던 유리문은 사라지고 거울은 깨져있었다. 업소 내부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하다 버리고 간 각종 생활용품과 집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진은 강제 퇴거된 성매매 업소 외관의 모습(위), 성매매 여성들이 머물던 방(아래 왼쪽),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던 방(오른쪽) ⓒ스카이데일리
모든 업소가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까지 남아 영업을 계속하는 성매매업소는 총 8곳이다. 낮에도 불을 켜고 손님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이미 주변 상당수가 황폐화 된 까닭에 행인들의 발걸음은 드물다고 전해졌다. 실제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손님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 곳을 찾아봤다. 한 여성이 유리문 뒤에서 기자를 반겼다. 최미영(32·가명) 씨였다. 손님이 아님을 안 그녀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녀에게 이곳을 떠나면 별 다른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 씨는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또 “갈 곳 없으면 영등포로 가면 그만”이라고 했다.
32세의 그녀가 사창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용산역 사창가에 있다 이곳저곳을 떠돌았고 청량리에 정착한 것은 3년 전이라 소개했다.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빚 때문이었다. 최 씨는 “잘 벌 때는 한 달 1000만원이었고 강제집행이 진행되는 현재도 300만원이상 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빚은 다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병을 앓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동생이 진 빚을 대납해주다보니 여전히 빚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사연이었다.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 가정환경이 좋은 사람이 있겠느냐”는 짧은 말이 기구한 인생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는 “생각만큼 난장을 피우는 진상손님은 없다”면서 “돈만 있다면 이 생활을 하지 않겠지만 이제 와서 다른 직업을 갖기에는 너무 늦었다. 평범한 직업을 갖고 한 달에 200만원에서 300만원을 벌면서 동생의 빚을 갚아주며 생활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꼭두새벽 강제집행 유리문에 매미처럼 달라붙은 여성들…“왜 우리를 못살게 굴어”
▲ ‘청량리588’에 남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은 강제 퇴거 압박에 매일 긴장하며 지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CCTV를 이용한 감시를 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은 성매매 여성 박미연(가명) 씨가 CCTV 감시와 관련한 게시글을 국민신문고에 올린 사실을 보여주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588이 속속 비게 된 것은 지난해 이주와 관련된 합의가 진행되면서 부터다. 남아있는 업주들과 여성들은 업소를 지키겠다며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경찰서 등을 상대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철거가 완료될 때까지 장사를 계속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오전 6시에 강제집행이 벌어졌다. 관내 슈퍼마켓과 여인숙 1곳이 대상이었다. 인근에서 강제집행이 이뤄지고 있음을 전해 받은 여성들은 자신들 업장을 보호하겠다며 몸을 던졌다. 박미연(가명) 씨는 “마치 매미처럼 유리문에 달라붙어 우리 가게가 집행되는 것을 몸으로 막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업방해가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행사 측이 강제집행 후 폐허가 된 일대의 범죄예방을 위해 설치된 CCTV를 이용해 이들의 영업을 감시한다는 것이었다. 행여 손님이 들어갈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김주영(가명) 씨는 “언젠가부터 CCTV 렌즈방향이 업소로 향하더니 손님을 받을 때마다 신고가 이어졌다”며 “이뿐 아니라 업소 앞에서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불법 성매매로 신고하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아 영업을 방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갈등은 물리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업방해를 문제 삼은 업주들이 시행사 직원들을 폭행한 것이다. 이들은 폭행사건 후 경찰의 태도도 문제가 있었다고 큰소리쳤다. 일반 폭행사건을 처리하던 경찰이 업주를 조직폭력배로 조장해 더 큰 죄를 묻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초 실시되지 않던 경찰의 단속도 최근 재개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보상비 놓고 격론에 이사비용 논란 속 시행사-업주 간 조폭·폭행·비리 등 난타전
이들이 버티는 이유는 다양했다. 여성들의 경우 수익구조를 언급했다. 철거 직전까지 영업을 포기 못하는 청량리588만의 수익배분구조가 타 성매매집결지보다 낫다는 이유에서다.
▲ ‘청량리588’ 성매매 업소 주변에는 업주 및 여성들과 시행사 측의 갈등을 드러내는 글귀가 여기저기 보였다. 현재 남아있는 업소 측은 CCTV를 통한 감시와 강제집행을 진행하는 업체 측의 비리와 관련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집행업체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개입됐다는 등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스카이데일리
일반적인 성매매 집결지의 경우 ‘찐떼’, ‘와리’란 이름의 수수료를 업주에 지급하는 구조다. 손님으로부터 받은 화대의 일부분을 업주에 제공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곳은 월세와 유사하다. 매달 월 200~300만원을 지불하고 화대 전액을 여성이 취하는 구조다.
한 여성은 “이곳처럼 업주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 없어 다른 곳에가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사비용 지급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떠난 여성들 중 상당수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보상금 문제를 지적했다. 매월 1500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보상금이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청량리4구역을 둘러싼 비리문제를 밝히고 떠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은 상태다. 청량리4구역 강제집행을 담당하는 업체가 조직폭력배와 연계됐으며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경찰까지 포섭했다는 주장이었다. 보상비 등의 지급대상자를 부풀려 돈을 빼 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들과 한통속이라 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업주는 “자신들과 친했던 업주들은 이주보상비를 두둑하게 챙겨주는 등 일관적이지 못한 행태를 보였다”면서 “과거 588업주였던 원로상인 중 한사람이 조폭행세를 하고 다녔는데 그 사람이 중심이 돼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이들이 챙긴 뒷돈의 실체에 대해 궁금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사업 시행업체 알바트로스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업주들도 부정과 관련한 그 어떤 명확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입자로 있는 여성들의 경우 이주보상비 대상이 도심재개발 사업계획이 결정된 지난 1997년 이전 전입자에만 해당되는데 그러한 여성들은 소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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