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점포의 지역편차가 극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체 점포 중 지방점포 비중이 타 시중은행에 비해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는 지분의 18.78%(7월 3일 기준)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이하·예보)다.
예보는 보험원리를 이용해 고객의 예금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공적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방점포수 비중이 적은 우리은행이 공적자금을 수혈 받고도 정작 공공성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은행권 점포축소 추세 심화…금융소비자 불편 ‘불가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씨티은행이 지방점포수를 대폭 줄여 업계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온라인금융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수익성 확대를 위해 점포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을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그나마 외국계 은행이고 국내 금융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그나마 비판의 강도가 덜하긴 했다.
이런 상황에서 4대은행 중 한곳인 우리은행은 지방점포 비중이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은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상당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금융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비판의 강도는 특히 남다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전국 점포수는 총 892개다. KB국민은행(1064개)과 신한은행(898개)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점포수가 작은 곳은 833개의 점포를 가진 KEB하나은행이다.
이들 중 KB국민은행의 지방점포 수는 377개로 전체 점포 중 35.4%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은행의 지방점포는 238개에 불과해 전제점포의 26.7%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KEB하나은행보다 전체 지점 수에서 앞섰음에도 지방점포 비율은 5%p 낮았다.
KB국민·신한·우리·KD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국내지점 중 서울·인천 등 수도권 점포를 제외한 지방점포의 평균 비중은 전체의 31.1%다. 우리은행의 지방점포 비중은 평균치를 한참 하회했으며,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대부분 점포가 서울 및 수도권에 머물러 있어 지방편중이 극심하다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점포의 지역 편중 현상은 소비자들의 편익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지방에 거주하는 우리은행 고객들은 점포 이용 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들이 온라인금융 확대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에 힘입어 효율성 차원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면거래를 시도하는 고객도 많다는 점은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현재 6개 시중은행 거래고객 3명 중 1명은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은행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수행하는 등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데 비용 감소 등을 이유로 대다수의 영업점포를 폐쇄한다면 이러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며 “핀테크, 모바일뱅킹 활성화 등 시대적 흐름은 피할 수 없으나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점포 폐쇄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면서 이른바 돈이 되지 않는 지방점포 비중을 줄이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은행의 경우 지나치게 수익성을 높이다 보니 점포의 지역편차가 특히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방점포의 무차별 축소는 지방고객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며 “이광구 행장이 민영화 및 연임 성공, 실적 개선 등 각종 성과에 도취된 나머지 더 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주가 고공행진…실적개선 및 민영화성과, 주식매수 부담 ‘양날의 검’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은행 지방점포가 시중은행에서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난 이유에 대해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이 민영화 작업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수익성 강화를 통해 주가를 부양시켜 공적자금 회수, 즉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예보가 가진 지분 51.06% 가운데 29.7%를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7개 금융사에 분할매각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보가 18.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반쪽짜리 민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완전 민영화를 이루기 위해선 잔여지분 매각이 필수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오히려 높아진 주가가 민영화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여론이 일고 있다.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을 매각해야 민영화가 완료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높아지면 지분을 인수하는 매수자의 부담이 높아져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은행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1만8600원이었다. 지난해 말 1만2900원이던 주가는 반년 만에 40% 이상 급등했다. 지난 10일에는 52주 신고가인 장중 1만9050원에 도달하며 2만원 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예보가 우리은행 지분을 쪼개 판 것도 매수자들이 우리은행 매각가격에 부담을 느낀 영향이 적지 않다”며 “주가가 높을 때 파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주가가 너무 높으면 수요자체가 없어 민영화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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