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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굳어가던 6.13 지방선거 판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자유한국당이 일찌감치 정치력을 인정받아 온 노장 정치인들을 서울·경남·충남 광역단체장 선거 전면에 내세우면서 안심하던 민주당 내부에 긴장된 분위기가 생겨나는 분위기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경남도지사 후보에 김태호 의원, 충남도지사 후보에 이인제 상임고문 등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인물난에 허덕이던 홍준표 대표로서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평가된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최소 11곳 최대 14곳까지 석권을 내다봤던 민주당은 자못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 3인방이 전국적인 지명도와 함께 만만찮은 득표력을 갖춘 만큼 자칫 선거판세가 예상외로 전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압도적 승리 예측한 민주당, 보수진형 원로들 깜짝 귀환에 긴장모드 전환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보수진형 원로정치인들의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최근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에 책임 있는 분들이 다시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며 “부패와 국정농단으로 점철된 과거 정부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일말의 반성하는 마음이라도 갖고 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고 강력 비판했다.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중심인물임을 부각시켜 유리한 선거국면의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다른 측면에선 민주당 내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들 3인방의 득표력이 핵폭탄이 될지, 미풍에 그칠지 장담하기 어려워 자칫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민주당은 그동안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 50%에 육박하는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개혁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서울, 경남, 충남 등 3곳에서의 승리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표차이 또한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격차로 이기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만큼, 최대한 득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야권의 반응이 격렬해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객관적 전력상 서울시장의 민주당 후보 당선은 무난해 보이지만 경남과 충남은 박빙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3인방이 선거기간 동안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 선거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다른 지역의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젊음 대 경륜’ 프레임 시도…김태호·이인제 득표력에 기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이 긴장된 시각으로 지켜보는 지역은 경남이다. 얼마 전까지 경남은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다. 김경수 의원(민주당 김해을)이 출마한다면 경남 단체장은 사실상 ‘따 논 당상’이란 이야기까지 돌았다.
하지만 최근 홍준표 대표가 직접 공을 들여 후보로 내세운 김태호 의원이 경남도지사 출마에 긍정 신호를 보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김태호 의원은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경남지역에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는 지난 19대 총선(김해을)에서 맞붙어 4%p차로 승리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경남지역의 인구비율은 진보적인 젊은층보다 보수적인 노년층이 많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곳에서의 김 의원 인기를 감안하면 도지사 당선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내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득표력 또한 관심사다. 김 전 지사는 16대, 17대 총선(경기 부천 소사)에서 각각 53%, 62% 등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데 이어 2006년, 2010년 지방선거(경기도지사)에서도 각각 60%, 52% 등의 득표율로 당선되는 등 상당한 득표력을 보였다.
특히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박원순 현 시장(민주당) 중심축으로 형성돼 온 서울시장 선거구도가 흔들리는 조짐마저 보이자 김 전 지사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안 위원장과 김 전 지사가 후보를 단일화 해 민주당 후보와 1대1 구도로 맞붙을 경우 민주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가 서울에서 얻은 득표율은 42.3%로 홍준표 후보(20.8%), 안철수 후보(22.7%) 득표율의 합과 비등했다.
충남도지사 출마를 결심한 이인제 당 상임고문의 득표력도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그는 7번의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노동부장관 등을 지냈고 2번의 대선 출마라는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최근 민주당의 유력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인 양승조 의원과의 여론조사 결과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열린 후보 추대식에서 “젊고 유능한 인물들이 나오기를 고대했지만 홍준표 대표의 간곡한 요청이 있어 결심하게 됐다”며 “승리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정부·여당, 영남권 이외 지역 단체장 뺏기면 국정동력 차질 불가피”
자유한국당은 이들 3인방의 전면배치를 계기로 그동안 ‘개혁세력 대(對) 국정농단세력’으로 형성돼 온 이번 지방선거 프레임을 ‘초보세력 대(對) 경륜세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홍문표 당 사무총장은 지방선거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팀장급을 전국에 전면 배치해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것이다”며 “문재인 정부에 맞서 경륜을 가진 인재를 뽑자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다”고 말해 민주당과의 대립구도 형성에 나섰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김태호, 이인제, 김문수 후보 중 한 명이라도 당선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물론 홍준표 대표는 이를 ‘지방선거 승리’로 선언 할 가능성이 높다”며 “패배하더라도 표차가 미세하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선거로 규정하고 정국의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여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전제로 이후 개혁정책 추진을 위한 인적 진용을 이미 갖춰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영남권 이외의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자리를 1~2곳이라도 내주거나 전체 득표율이 40%를 넘지 못한다면 사실상 패배로 볼 수 있는 만큼 국정운영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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