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성폭행 혐의로 구속당할 위기에 처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DB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DB손해보험(이하·DB손보)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종합검사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리스크까지 발생한 것.
게다가 김 전 회장의 장남으로서 경영승계 과정에 있는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의 리더십에도 계속 의문부호가 따라다니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로 인해 DB그룹의 발전이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준기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제출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지속적으로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 및 참고인 조사는 마무리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질병 치료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해 3년 2개월 후인 지난 23일 새벽에 귀국했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16년부터 약 1년 동안 별장 가사도우미로 일한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2017년 비서로 일했던 B씨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김 전 회장의 출국 약 두 달 만인 2017년 9월께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전 회장은 이를 계기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DB그룹은 고문이던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회장으로 선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DB그룹 주력 계열사인 DB손보 역시 전문경영인인 김정남 사장이 이끌고 있다. 다만 최근 실적이 부진하며 쇄신이 시급하다. 김 전 회장의 구속이 부담으로 남는 배경이다.
지난 상반기 연결기준 DB손보는 영업이익 2604억원, 반기순이익 1958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실적인 영업이익 4414억원, 반기순이익 3245억원 등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부진했다.
DB그룹은 본래 제조업을 주력분야로 삼던 곳이었다. DB그룹의 이름이 동부그룹이던 당시 주력계열사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었지만 이들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매각되는 과정에서 DB그룹은 종합금융그룹으로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DB손보는 핵심계열사로 등극했다. DB손보는 계열사 전체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곳으로 알려진다.
DB그룹이 금융업을 주력으로 삼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김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사장은 비금융계열사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소속을 비금융계열사에서 금융계열사로 옮겼다. 당시 2015년 김 부사장은 동부그룹 농업부문 계열사였던 동부팜한농에서 동부생명(현·DB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에는 동부화재(현·DB손보)로 소속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사장은 ‘초고속’ 승진을 해 2015년 부장위치에서 3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다만 오너경영인으로서 김 부사장의 리더십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빠른 승진과정 속에서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눈에 띄는 성과도 없는 상태다. 미등기임원이라 책임도 지지 않는 실정이다.
반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DB손보 지분 8.3%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아버지인 김 전 회장은 2대 주주로 6.65%를 갖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외동딸 주원 씨는 3.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DB손보는 사실상 DB그룹 금융지주사로 있으면서 각 금융계열사들의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김 부사장은 DB손보를 통해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김 부사장은 DB지분도 16.83% 소유해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김 전 회장으로 11.2%를 소유하고 있다. 주원 씨는 9.19%를 보유하고 있다. DB그룹 전반적으로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뻗쳐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DB그룹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커 회사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최근 DB손보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종합검사 통보를 받은 상태다.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쉽지 않다. 더욱이 오너일가는 불미스런 사건 등으로 오히려 회사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일가가 갈 길 바쁜 DB그룹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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