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급여 예산이 6년 새 90% 넘게 늘었지만 서민들의 주거 시름은 여전했다. 시장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기준임대료와 좁은 수급 문턱, 지원금의 임대인 귀속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2027년 국토교통부 주거급여 예산안 분석’을 통해 정부 주거급여 총예산이 2021년 1조 9879억 원에서 2027년(안) 기준 3조 8328억 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6년 새 92.8%에 달하는 증가세다.
수급 자격 기준 또한 기준 중위소득의 45%에서 2024년 이후 48%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김건호 객원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착공에서 준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급량도 부족해 입주 대기 시간이 길다는 한계가 있는 반면, 무주택 세입자에게 임차료를 직접 보조하는 주거급여는 임차인에게 가장 실효성 있는 지원책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에서도 주거급여를 핵심 주거복지 정책으로 운용 중이다.
핵심 지표인 기준임대료의 인상 폭은 실제 임대료 상승 속도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1급지) 1인 가구 기준임대료가 2021년 31만 1000원에서 2026년 36만 9000원으로 18.7% 인상되는 동안, 민간 부동산 플랫폼 기준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53만 원에서 71만 원으로 34.0% 치솟았다. 2026년 기준임대료가 시장 월세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저소득 가구가 생계급여 등 타 복지 수당을 주거비로 충당하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행 주거급여 수급 기준(기준 중위소득 48% 이하)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건호 객원연구원은 “기준 중위소득 50~60% 구간은 현 복지 체계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물가 인상이나 의료비 지출 등 외압에 노출될 경우 즉각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은 ‘취약 사각지대’”라고 꼬집었다.
정책 실효성을 저해하는 ‘빈곤 비즈니스’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조사 과정에서 임차인의 주거급여 수급 사실을 파악한 일부 임대인이 이를 빌미로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 지원금이 임대인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쪽방·고시원·지하층 등 노후 주거지에 거주하는 임차가구의 경우, 자가가구 지원책인 ‘수선유지급여’와 달리 주거 환경을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주거급여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김 객원연구원은 “소비자물가지수와 주거비 변동분을 법정 산식에 반영하는 ‘물가·임대료 연동제’를 도입해 기준임대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룸 등 취약계층 거주 주택에 대한 정기적인 임대 통계를 고시하고, 프랑스 개인주거수당 제도와 같이 임대인 직접 지원 형태를 포함한 다각적 지원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급 대상의 단계적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준 중위소득 50%를 안착시킨 뒤, 중장기적으로 60%까지 넓혀 저소득층 및 청년층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소득 기준을 60%로 상향할 경우 향후 5년간 6조 2964억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빈곤 비즈니스’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강조됐다. 수급 주택의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 등 법정 기준으로 제한하고, 임대료 인상 요구 시 최저주거기준 충족 여부에 대한 사전·사후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일각에서는 임대료 인상률 강제 제한 등 규제 중심 대책이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급 주택의 임대료 인상 폭을 법으로 묶으면 임대인들이 저소득층 임차인을 기피하거나 민간 임대 물량이 급감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임대료 상승률을 준수하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민간 시장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설계가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단순 현금 지원 확대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임대료를 억제하기만 하면 주택 방치와 공급 부족이 가속화돼 지원금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며 “저렴한 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과 함께,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거나 집을 수리하는 임대인에게 개보수비를 제공하는 등 주거의 질적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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