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지사’ 강태공은 염제신농의 후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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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제신농은 화하족의 시조…중국의 삼황오제, 동이족과 연관 깊어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2-02 00:59:22

낚시꾼의 대명사 강태공은 원래 강씨에 이름이 상이라 강상(姜尙) 또는 여(呂尙)라고도 부른다. 중국에서는 그가 천수(天水) 강씨 염제신농(炎帝神農)의 51세손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신농이 감숙성 동남부에 있는 천수시를 흐르는 강수(姜水)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강 씨의 시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여씨춘추’를 인용한 ‘사기 제태공세가 집해’에 “강태공은 동해인(東海人)과 동이지사(東夷之士)”라는 기록과 배치된다. 강태공이 동이족라면 조상인 신농도 당연히 동이족이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신농을 화하(華夏)족의 시조로 모시고 있다. 즉 강태공의 조상이 아님에도 동북공정보다 더 무서운 시조공정을 조작한 것이다.

신농이 강수 출신이라는 것은 ‘태백일사’에 “웅(熊) 씨에서 갈려져나간 자에 소전(少典)이 있었는데 안부련 환웅(8대) 말기에 명을 받고 강수에서 병사들을 감독하게 됐다. 그의 아들 신농은 수많은 약초들을 혀로 맛보아 약을 만들었고 뒤에 열산(列山)으로 옮겨 낮에는 교역하게 하니 사람들이 편리해졌다”는 기록이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같은 책에 “옛날에 여상도 역시 치우 씨의 후손인지라 성이 강이다. 대저 치우가 강수에서 살았기에 후손들을 강씨라고 한 것이 아닌지”라는 문구가 있다. 중국 기록에도 치우는 구리(=동이)의 임금(九黎君長)으로 돼 있어 강태공은 치우의 후예일 것이다. 참고로 중국의 ‘로사·치우전(路史·蚩尤传)’에 “치우의 성은 강씨이고 신농의 후예”라는 기록이 있다. 강씨를 신농과 연결시키기 위해 강씨였던 치우를 신농의 후예로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치우가 강수에서 살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같은 책에 “치우천왕은 신농 씨가 쇠약해짐을 보고 마침내 뜻을 크게 품고 여러 차례 천병(天兵)을 서쪽으로 일으켜 진격해 회대(淮垈) 사이에 웅거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강씨는 강족(羌族)으로부터 유래된 성씨일 가능성도 크다.

▲ 하남성 심양시와 산서성과의 경계에 있는 신농산에 세워진 염제의 상 [사진=필자 제공]

강수에 기거하던 신농은 활동 무대를 열산(列山)으로 옮겼다는데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한서지리지’에서 유주에 속하는 낙랑군을 구성하는 25개 현 중에 열구(列口)현이 있는데 열수(列水)의 입구로 해석된다. 또한 “분려산(分黎山)현에서 열수가 나와 서쪽 점제에서 해로 들어간다(分黎山列水所出，西至黏蟬入海行八百二十里.)”는 설명이 있다.

같은 낙랑군에 속하는 패수(浿水)현의 위치가 ‘위서지형지’의 하내(河內)군에 속하므로 열수는 북부 하남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산서성 진성시와의 경계에 있는 하남성 심양시 신농산이 바로 그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염제신농이 여기에서 오곡을 분별하고 백초를 맛보고 제천단을 세웠기에 옛날부터 신농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사기 조선열전’의 집해에 “장안이 말하기를 조선에는 습수(濕水)·열수(洌水)·산수(汕水)가 있는데 이 세 물길이 합해져 열수가 되니 낙랑(군에 속한) 조선(현)이라는 이름을 취한 것이 아닌가 한다”는 문구의 열수(洌水)가 바로 ‘한서지리지’ 유주의 낙랑군에 속하는 열수(列水)인 것으로 추정된다.

▲ 낙랑군과 하내군 지역에 있는 패수(제원시)와 신농산(심양시) [사진=필자 제공]

중국의 삼황오제는 모두 동이족

중국의 역사는 삼황오제(三皇五帝)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통상 태호복희(太皞伏羲), 염제신농(炎帝神農), 황제헌원(黃帝軒轅)을 삼황이라 하며 소호금천(少皞金天), 전욱고양(顓頊高陽), 제곡고신(帝嚳高辛), 제요도당(帝堯陶唐), 제순유우(帝舜有虞)를 오제라고 한다.

태호(太昊)에 대해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은 “상고 동이족의 시조와 수령이며 동방의 조상신으로 동방의 천제(天帝)인 청제(靑帝)이다. 태호(太皞)라고도 하며 목덕(木德)왕으로 춘황(春皇)이라 했다. (생략) 중국 신화 중 태양신이 바로 복희며 황보밀의 ‘제왕세기’에 전하길 “태호제는 포서 씨이고 진(震=동방)에서 태어나 백왕의 황제로 되었다. 봄을 주관하고 태양의 밝음을 상징하기에 태호라고 칭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태백일사’에 “복희는 배달국 5대 태우의 환웅의 12번째 막내아들로 태어나 우사(雨師)의 자리를 세습하고 뒤에 청구와 낙랑을 거쳐 마침내 진(陳)으로 옮겨 수인(燧人)과 유소(有巢)와 나란히 그 이름을 서토에 빛냈다. 신용(神龍)의 변화를 보고 괘도(掛圖)를 그리고, 신시의 계해(癸亥)를 바꿔 갑자(甲子)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렇듯 삼황오제의 으뜸이라는 태호복희가 중국의 여러 기록에서 동이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중국은 염제신농과 황제 헌원을 화하족의 시조로 모시고 있다. 그렇다면 염제와 황제는 동이족과 아무 관련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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