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법칙(long tail)과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조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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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학교수의 조세정책 이야기

80%의 평범한 다수가 20%의 뛰어난 소수보다 더 많은 경제적 총량을 달성

송경학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4-25 11:25:21

▲ 송경학 세무법인 다솔WM 제2본부 대표세무사 (고려대학교정책대학원 조세재정학과 겸임교수)

01. 파레토법칙과 현대사회 2080 이론의 쇠락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했을 때 개미의 20%만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사회에 적용시켜 2080 법칙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이라고 부른다.

파레토는 영국의 부와 소득의 유형에 관한 연구를 했을 때 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부의 불균형현상을 발견하기도 했다. 2080 법칙은 기업의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80%의 일을 하고, 전체 판매 제품들 중 상위 20% 제품에서 80%의 수익을 올리며, 상위 20%의 소비자가 전체 매상의 80%를 차지하고, 납세자의 20%가 전체세수 80%를 부담하는 현상에 적용된다. 이러한 20 : 80의 법칙이 마케팅 분야에 접목된 대표적인 사례가 VIP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즉, 프리미엄 마케팅을 통해 20%의 소비자를 상대로 80%의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의 발전을 통해 기업들이 소수의 소비자들과도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그동안 잊고 지내던 소수의 소비자들을 서서히 생각하게 됐고, 기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대중 또는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롱테일의 법칙(The theory of the Long Tail)'이 나오게 됐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버림받았던 하위 80% 소비자들의 가치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02. 롱테일법칙과 경제적 총량의 증가에 대한 새로운 사고

롱테일이라는 용어는 온라인 DVD 대여점인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나 아마존(Amazon) 등의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서 대표 IT 잡지인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에 의해 처음 명명됐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대문자로 The Long Tail로 표기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롱테일 혹은 롱테일 현상, 긴꼬리 효과 등으로 소개되고 있다. 롱테일은 온라인 소매점의 하나인 아마존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시장 구조는 특정 분야에서 잘 팔리는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매장에는 잘 팔리는 물건만 진열하고 나머지는 재고 창고에 쌓여 있다. 그러나 재고나 물류에 드는 비용이 종래 소매점보다 훨씬 저렴해진 온라인 비즈니스에서는 그동안 비인기 상품의 진열이 가능하게 됐고, 이러한 비인기 상품이 니치 시장을 발생시켜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등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 것이 바로 롱테일 이론이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의 전체 수익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서가에 비치하지도 않는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 등 이른바 '팔리지 않는 책'들에 의하여 축적되고, 인터넷 포털 구글의 주요 수익원은《포춘》에서 500대 기업으로 선정한 '거대 기업'들이 아니라 꽃배달 업체나 제과점 등 '자잘한' 광고주라는 것이다.

03. 롱테일법칙과 디지털산업의 조세정책 변화예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음악, 영화, 책 등 각종 콘텐츠를 이용할 때 유형의 물건을 구매하거나 극장 등 특정한 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파일 형태로 다운받거나 스트리밍 형태로 이용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유튜브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유튜브에서 배분하는 수익은 광고를 통해 확보한 수입에 기반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 서버를 설치한 업체들이 우리나라 이용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익에 대한 세금은 어떤 국가가 얼마만큼 징수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유통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관행은 더이상 현실에 부합하지 않게 됐다. 국가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받아 오던 과세권 행사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딪치고 있으며, 조세 주권은 다양한 측면에서 위협받고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조세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유럽연합(EU)을 기준으로 할 때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납부한 세금의 경우 전통적 기업은 23.2%의 실효세율을 기록한 반면 디지털 기업은 9.5%에 머물렀다. OECD는 2019년 10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에 대한 과세는 현지 매출액 비중에 근거해 해당 이익에 대해 개별 국가가 과세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롱테일의 법칙하에 디지털 경제로 언급되는 경제, 산업의 변화는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던 각종 제도 및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조세정책에서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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