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수도권과 광역도 시·군 간 의료·교통·주택 등 사회 기반시설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대거 수도권 또는 광역시로 생활권을 옮기면서다. 지방 도시엔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의료·보건기관은 점차 사라지고 버스 등 대중교통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의 고령화 비율은 심각하다 보니 마냥 손 놓고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반응을 직접 취재했다. 대부분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긴 버스 배차 시간과 근처 대도시로 이동해야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의 원인이 되는 교통 접근성, 의료서비스, 주거 환경 등의 인프라가 지방에도 생겨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인구 유입이었다.
“지방 거주민들 절반, 의료 서비스 받기 위해 장거리 이동 불가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균형발전지표로 바라본 지역 여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도권·광역시와 지방 광역도 간 보건·복지시설의 양적 수준과 접근성 격차는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광역시에 살고 있는 주민 대부분(95.8%)은 자동차로 20분 안에 응급의료시설에 도착 가능한 서비스권역에 살고 있는 반면 광역도 시·군 주민 가운데 이러한 서비스권역에 사는 비율은 57.4%에 불과했다. 절반 정도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심지어 농촌과 산간, 일부 해안지역의 경우엔 1% 이하였다.
병원 접근성 격차도 심각했다. 광역도 시·군 중 29곳은 걸어서 10분(750m) 안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서비스권역에 사는 인구 비율이 1%도 되지 않았다. 대구 중구(64.9%), 서울 강서구(44.5%) 등과 대비된다. 전체 평균이 12.5%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열악한 상태로 평가된다.
이러한 지역은 대부분 농촌지역이었다. 경북이 7개 시·군(김천·영천·상주·군위·청송·영덕·울릉)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이 5개(속초·평창·화천·고성·양양), 충남(서산·부여·홍성·예산)과 전남(보성·영광·완도·신안)도 각각 4개곳에 달했다.
교통 인프라 접근성 격차도 역시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2019년 기준 서울시민은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나들목(IC)까지 가려면 평균 3.7㎞만 이동하면 됐지만 강원도민의 이동거리는 평균 24.2km에 달했다. 지역으로 살펴보면 △경북 울진 평균 67.4㎞ △전남 진도 59.6㎞ △강원 양구·태백, 경남 남해 51.6㎞ △전남 고흥 50.7㎞ 등이었다.
지방은 고속·고속화철도 접근성도 취약했다. 서울 시민이 기차역까지 가는데 걸리는 거리는 7.1km인데 반해 강원 도민과 경북도민은 각각 65.8km, 60.0km 등이었다. 심지어 100km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경북 봉화·영양·울진·영주군, 강원 양구군, 충남 태안군 등이었다.
주거부문 역시 지역 간 격차는 뚜렷했다. 서울은 노후주택비율이 17.6%인데 반해 전남과 경북, 전북 등은 각각 33.7%, 26.9%, 25.8% 등이었다. 이 중 전남 신안군은 무려 70.2%였다. 빈집 비율 역시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는 지방에서 높았다. 전남 주택 가운데 15.3%는 빈집이었다. 서울 관악구가 0.4%인과 대비된다.
박준화 한양대학교 박사는 “소수의 취약인구가 넒은 지역에 분포하는 농촌과 산간, 일부 해안지역에서 보건, 복지 부문의 양적 수준 및 접근성 등 모두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지역 간 정량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도·농 간 보건·복지 서비스 지원 전략의 차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 소도시에선 ‘의료원정’이 일상…대중교통 배차 간격 1시간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2019 버스통계편람’에 따르면 전국 버스 대수는 총 4만5599대다. 이 가운데 수도권·광역시에 3만297대(66.4%)가 운행한다. 이들 지역에 지하철이 운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 광역도와 대중교통 인프라 격차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은 의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수는 서울이 1.85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경남(1.12개), 충남·전남(각 1.1개), 강원·경북(각 1.08개) 등 광역도 지역은 전국 평균(1.35개)보다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거주민들은 인프라 부족으로 정상적인 삶 자체가 힘든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살고 있는 김혜정(23) 씨는 원주시의 버스노선이 특정 동네에만 몰려 있고 배차간격이 30분 이상이거나 하루에 8회 정도밖에 운행을 하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어딜 다니지 못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는 “서울에선 버스를 놓쳐도 보통 7~8분, 길어도 15분정도만 기다리면 되는데 원주시에선 버스를 한 번 놓치면 택시를 타야하는 수준이다. 네이버지도 교통정보 애플리케이션을 봐도 시간 맞춰 나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랑니를 뽑으려고 원주 시내에 있는 치과를 갔는데 신경이랑 가까우니 원주세브란스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 그렇게 원주세브란스병원으로 다 몰린다. 그래서 지난해 3월에 예약했는데 9월에 간신히 발치했다. 마지막 남은 사랑니도 예약을 했는데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춘천시에 살고 있는 김윤식(25) 씨도 드문 버스 운행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버스파업이라도 있는 날에는 제 시간에 맞춰 움직일 수 없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시내에 있는 체육관을 다니던 중 버스를 기다렸으나 교통정보 애플리케이션 상에 버스가 표시되지 않고 정류장에도 디지털 안내 창이 부재해 하염없이 기다리다 포기한 적이 있다”며 “특히 면 전용버스 배차가 하루 2-3대뿐이다. 개인의 시간에 맞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배차 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가 부족해 고등학교 3곳이 한 개의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가 학생을 모두 태울 만큼 운영되지 않아 편도로 약 1시간 걸리는 거리를 수차례 걸어간 적도 있다. 3학년을 위한 특수 버스를 따로 운행할 정도였다. 심지어 도로 표면도 고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군에 살고 있는 이창수(69) 씨는 “마을에 원래 병원이 있었는데 하나씩 문을 닫더니 지금은 아예 없다. 개업한다고 한 병원도 문을 열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근처 영월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배차 간격이 1시간 정도라 마음 편하게 이동하지 못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강원도 외 광역도 시·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살고 있는 이채정(25)씨는 지방 소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불편함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전자식 키·체중계가 없는 소아과들이 정말 많다. 아이들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영유아 건강검진’을 할 때도 머리둘레나 키, 몸무게를 전부 줄자 아니면 그냥 눈대중으로 보고 판단하는 병원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살고 있는 박기훈(가명) 씨는 “예전에 군복무를 위한 병무용 진단서가 필요해 시내 병원에 갔는데 발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근처 대도시인 대구에 가서 발급했다”며 “또한 건강진단서와 결핵 확인서, 흉부 사진 등은 동네 병원에서 출력이 거의 불가능하며 가능해도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의료 서비스가 질적으로 많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6년 간 살았던 최정호(가명) 씨도 “마을이 산 속에 있어 수도 공사가 완전하지 못했다. 마을 거주 인원은 500명을 넘었는데 그에 맞는 수도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때로는 며칠 동안 마을 전체가 물 없이 살아야할 때가 많았다. 샤워는 물론 기본적인 식사에 필요한 물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도 오진이 정말 많았다. 손가락이 아파서 금산군에서 가장 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단순 타박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통증이 지속돼 대도시의 큰 병원을 가서 다시 진단을 받고 나니 골절상이었다. 골절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시설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방 생활 인프라 확충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인구유입장치 마련”
의료 격차 부문에 대해서 감사원 감사연구원은 ‘지역 간 의료격차의 실태와 감사시사점’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의료인력의 취약지역 근무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슬기 감사연구원 연구관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난이도에 따라 지역별 자체충족률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는 지역 간 의료격차의 핵심이 인근에 의료기관, 병상, 장비가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의 ‘질’에 있음을 뜻한다”며 “더불어 지역 간 의료의 질 격차가 ‘유능한’ 의료인력의 격차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면 의료의 질적 격차를 지역 간 의료인력의 격차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70년대 후반부터 진행돼 온 보건소 현대화 사업, 지방의료원 현대화 사업 등 공공의료 지원정책의 효과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의료체계는 민간의료가 중심이 된 대도시 지역과, 공공의료가 틈새를 메우는 중소도시·농어촌 지역으로 이분화 돼 있다. 의료의 질적 격차를 좁히기 위한 하나의 대안은 공공의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세종시국가균형발전센터는 정책개발 연구조사를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의 주원인으로 교통, 산업, 주거환경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지적하고 분야별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과 연계되면서 지방의 교통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광역 교통 네트워크 구축 △지방도시 내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내버스 완전공영(준공영)제도, 노면전차 등과 같은 신교통 수단 도입 △대중교통 서비스 증진을 위한 지방정부의 예산 확보 등을 강조했다.
반영운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 위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의 심각성과 함께 청년인구 또한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수도권 규제의 실효성 확보는 물론이며 수도권 집중의 원인이 되는 교통 접근성, 산업 및 일자리, 주거 환경 등의 인프라가 지방에도 균형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인구유입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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