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유출 현상이 심화되며 성비불균형, 노령화 등의 이차적인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30대 이하 인구 성비를 살펴보면 여성인구 비중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혼인적령기 범주에 포함되는 여성인구가 적다는 건 향후 지방도시 출산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카이데일리가 지방 중소도시를 방문해 만난 청년들도 성비불균형, 노령화 등으로 기본 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중소도시 인구구조 문제가 심화됐다고 말했고 일부는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방 중소도시 청년들의 유출을 막고 소멸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젊은 여성 떠나고 노인만 남은 지방 중소도시, 지역소멸 위기감 커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6.5%로 계산됐다. 이런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경상북도 21.5%, 경상남도 17.4%, 충청남도 18.3%, 강원도 20.9% 등이었다. 경북과 강원도의 경우 도민 5명 중 1명의 나이가 65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반면 서울(16.2%), 경기(13.5%), 인천(14.3%) 등은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경남의 경우 창원, 진주, 김해, 양산, 거제 등 도시를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다. 아울러 △경북은 포항, 경주, 안동, 김천, 구미 등 △충남은 천안, 아산, 공주, 서산, 홍성 등 △강원은 춘천, 강릉, 원주, 속초, 동해 등을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다. 나열된 이들 도시에서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당 비율은 청년들의 수도권 진출 현상 등으로 미래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1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34.5%로 예상됐다. 같은 시기 경북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1.5%, 경남은 37.2%로 각각 전망됐다. 충남과 강원은 각각 35.7%, 41.2% 등이었다. 반면 서울(32.9%), 경기(31.3%), 인천(33.6%) 등 수도권은 2041년에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30대 이하 여성 인구 비율이 낮은 것으로도 나타나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는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눠 낸 지수인 ‘소멸위험지수’에 대한 개념을 세웠다. 이 지수가 낮을수록 30대 이하 여성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지역이 소멸될 수 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0만명으로 이 중 여성인구는 2592만명이다. 남녀성비는 99.5명으로 남성인구보다 여성인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남녀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의 수를 의미한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서울특별시도 상황은 비슷한데 총인구 960만명 중 여성인구가 493만명으로 성비는 94.7명이다.
반면 영남, 충청, 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에선 남성인구 비중이 여성인구 비중을 넘는다. 경남의 경우 총인구 333만명 중 남성 인구가 168만명으로 성비는 101.4명이다. 경북도 264만의 인구 중 133명이 남성으로 성비는 101.6명이다. 충남의 성비는 104.4명, 강원도의 성비는 101.3명 등이다.
연령대 별로 통계를 살펴보면 문제는 한층 더 부각된다. 지난해 기준 25~29세 인구 통계에서 남성·여성 인구수를 살펴보면 경남의 경우 남성인구가 10만여명으로 여성인구 8만2096명보다 2만여명 가까이 많았다. 성비로 따지면 124.0명이다. 경북도 20대 후반 남성인구는 7만8968명으로 여성인구 6만여명을 상회했다. 성비는 131.6명이다.
강원도는 20대 후반 인구 8만5401명 중 남성인구가 4만8558명으로 집계됐다. 남녀성비는 131.8이다. 충남은 12만1365명 중 남성인구가 6만7689명으로 성비는 126.1이었다. 반면 서울의 경우 20대 후반 여성인구가 41만명으로 남성인구 40만명 보다 많았다. 성비는 97.0이었다.
30~34세 인구 통계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북의 경우 30대 초반 남성인구는 7만여명으로 여성인구 5만9065명보다 많았다. 성비는 120.2였다. 서울은 30대 초반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보다 많았다.
지방도시의 성비불균형 현상은 국제결혼 비중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혼인적령기 남성들이 결혼상대 부족 현상으로 외국인 여성과의 혼인을 선택한 결과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남성인구의 전체 혼인건수(21만3502건) 중 외국인 아내와의 결혼(1만1100건) 비율은 5.2%로 조사됐다. 서울의 경우 이 비율이 4.55%로 전국 평균을 하회했지만 경북(6.4%), 충남(6.8%), 강원(5.6%) 등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지방 소도시 청년들 “수도권·대도시로 떠나는 친구들…지방 도시 갈수록 늙어가는 느낌”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노령화 등을 실감하며 도시 소멸 등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북 김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대영(38) 씨는 스스로를 김천 토박이라고 설명한 뒤 “최근 5년 중 지역 내 청년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게 실감된다”며 “어릴 때만 해도 김천역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곤 했는데 이제는 노인만 남아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소도시에선 취업이나 결혼이 쉽지 않으니 다들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떠나는 것 같다. 김천에 거주하는 청년들 중에도 수원이나 평택까지 일하러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외국인들이 이주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코로나 이후엔 이마저도 빈도가 낮아진 느낌이다. 도시가 점차 늙어가다가 결국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경북 칠곡군 내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이나영(24·여·가명) 씨도 “젊은 사람들이 이곳(칠곡)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가 않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려고 해도 대구까지는 가야 한다”며 “대학 진학이든 취업이든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청년들이 지방 소도시에 남아있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충남 홍성군에서 일하고 있는 김인규(30) 씨는 “지금 사는 곳이 고향이고 해서 생활 자체에 불편함은 없지만 기회만 된다면 서울로 이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주변 지인들도 상당수 수도권으로 떠난 상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멀지 않은 미래에 지방 중소도시들이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지방 중소도시의 생존 및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차원의 정책 추진과 함께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형진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감소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건지, 사회적 요인으로 감소하는 건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데 지방 도시들의 인구감소 문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이라는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청년들은 20대 땐 교육 문제로, 30대 이후엔 취업 문제 등으로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지원금 지급 등을 통해 청년들의 유입을 유도하려 해도 청년들이 지원금만 받고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의욕을 가지고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와 우수한 대학교 등이 조성되면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따른 문제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며 “성비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고 육아 등과 관련한 복지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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