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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조치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항공·여행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시민들도 “해외를 드나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때처럼 번복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중국 등 인기 관광지에서 격리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항공편 공급이 수요 대비 축소돼있는 상황도 업계로선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해외여행 부담 없다”…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환영’
방역당국에 따르면 기존에 해외입국자는 7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했으나 21일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접종 이력을 보건소 등에 등록한 해외입국자에 한해 격리 조치를 면제하고 있다. 시민들은 모처럼 만의 완화 분위기에 여행, 출장 등 해외로 발길을 옮겨가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몇몇 시민들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소를 띤 채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동안 부담으로 작용했던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조치가 해제되면서 해외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대체로 해당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필리핀 세부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공항을 찾은 김용석(가명·58)씨는 “아들이 2020년 하반기에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는데 코로나19로 줄곧 가족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며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소식을 듣자마자 가족여행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해외여행 후 돌아와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부담없이 여행길에 나서게 돼 매우 기쁘다”고 들뜬 기분을 전했다.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공항을 찾은 신지현(가명·33)씨는 “직장생활 5년차인데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해외출장 기회가 끊겨 아쉬웠는데 최근 들어 다시 출장을 나갈 수 있게 됐다”면서 “공항에 도착하니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완화됐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한 시설관리 직원은 “최근 들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공항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서도 “다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이용객들이 너무 많이 늘어난다면 감염 확산에 속도가 붙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7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자가격리 조치 면제가 시행된 첫 주말(25~27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만6926명으로 일주일 전인 18~20일(4만162명)과 비교했을 때 16.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공항 측은 이번 통계만으로 회복세를 판단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 이후 하루 차이로 큰 변화를 볼 수는 없겠으나 4월 중순 정도 되면 회복세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항 입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반가운 소식이지만 향후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소독 등 자체적인 방역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여행업계, 여행 수요 늘었지만 공급 확대는 신중
항공 및 여행업계도 공항 측과 유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가격리 의무가 있을 때보다 상황이 나아졌고 항공편도 증편될 것으로 업계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한 순간에 증편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으로 보인다. 또한 자가격리 조치뿐 아니라 주요 관광국 가운데 입국 자체가 금지된 경우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대한항공은 방역당국의 방역수칙 변경 상황을 지켜보면서 노선, 항공편 등을 재검토한다는 복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노선을 점차 확대시켜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외로 방역대책이 완화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전 단계적 일상회복 때에도 번복된 적이 있기 때문에 항공편 확대에는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여타 항공사들은 입국격리 완화에 항공편을 늘리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의 입국자수 제한과 입국격리 완화 추세에 맞춰 내달 1일부터 일본 나고야 운항을 주 1회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나고야 노선은 지난해 4월 29일 운항을 마지막으로 11개월 만에 재운항할 수 있게 됐다. 이어 기존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노선도 증편 운항한다는 것이 아시아나측의 계획이다.
아울러 에어부산은 부산~괌·사이판 국제선 운항을 1회 증편했고 진에어는 부산~괌 노선 운항을 내달 16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도 30일부터 주 2회 일정으로 부산~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기존 국제선 노선 운항도 증편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방역 수칙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용객 수치를 매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자가격리 조치가 시행되고 있을 때보다 항공편 예약이 늘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여행업계는 자사 메인 홈페이지에 격리 없이 떠나는 해외여행, 양국 모두 격리 없는 여행상품 등 ‘격리 면제 여행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다만 여행업계에서도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행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이 여전한데다 항공사들이 항공편 증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활기를 되찾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나투어는 사이판 여행 패키지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주 7~14회 운영했지만 현재 주 2회 운영하고 있다. 공급 자체가 축소돼 있기 때문에 공급 대비 수요가 늘어난 것이지 여행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 상품 공급은 줄었는데 격리면제 조치로 수요가 늘어 예약이 가득찬 것일 뿐, 여행사 예약이 폭증했다는 보도는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 “중국, 일본과 같은 주요 여행국의 운항이 늘어야 진정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며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는 때를 대비해 여행 상품 등을 조금씩 내놓으면서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위드코로나19’가 시행되면서 소강상태에 따른 ‘트래블버블’(방역 우수 국가 두 곳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로 업계에 훈풍이 부는가 했더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이마저 무너뜨렸다”며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따라다니게 된다면 여객운송업계가 다시 악재를 만나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노(NO) 마스크·자가격리 면제 국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불안심리가 줄어들었고 당분간은 폭발적인 여행 수요를 기대하지는 못해도 점진적으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상황의 50~60% 정도는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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