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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3년’… 패션·맥주 울고 게임·담배 웃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겠다며 시작된 ‘노재팬(No Japan)’ 운동...'))
2019년 7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통한 경제보복에 맞서겠다며 시작된 ‘노재팬(No Japan)’ 운동이 두 달 뒤면 만3년째 접어든다. 일본제품이나 관련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인해 몇몇 업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정부와 산업계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노재팬 운동이 주춤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을 일본으로 파견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유니클로·아사히 맥주 등 직격타 맞아
SPA 브랜드로 국내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직격타를 맞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분 51%를 보유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결산 발표 자리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발언한 파장이 회사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에 따라 유니클로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불매운동 이후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2019년 9월~2020년 8월)은 6298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1조3781억원)보다 54.3%나 급감했다. 1633억원이던 당기순이익도 994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불매운동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다음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은 5824억원으로 7.5% 감소했다.
이 와중에 노재팬 운동이 시작됐던 2019년 8월말 190개였던 유니클로 매장 수는 올해 2월 128개로 급감했다. 2019년 8월 종로점, 2020년 8월 강남점, 지난해 1월에는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명동중앙점이 문을 닫았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홍대점이, 10월에는 국내 첫 매장인 롯데마트 잠실점이 각각 영업을 종료했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로 알려진 ‘GU(지유)’도 3호점까지 냈던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했다. 다만 잇따라 점포를 폐쇄하면서 매장 임차료,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1000억원 이상 줄어든 덕에 영업이익은 오히려 흑자로 돌아섰다.
노재팬 운동의 파고는 스포츠웨어 업체인 데상트도 피할 수 없었다. 일본 데상트 본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데상트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7270억원에서 2019년 6149억원, 2020년 4986억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1.4%나 감소했다. 2018년 538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도 2019년 61억원, 2020년에는 13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맥주 시장도 불매운동의 직격타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 시장 2위를 기록했던 일본 수입 맥주는 편의점과 마트의 진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달러(약 97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9년 3975만6000달러로 절반 가량 급감했다. 이어 2020년 566만8000달러, 지난해에는 687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이 소폭 늘었지만 이는 2018년과 비교하면 8.8%에 불과한 규모다.
이에 따라 국내 수입 맥주 부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롯데아사히주류는 2018년 1248억원이던 매출이 2019년 623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당기순이익도 66억원에서 18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2020년 매출은 173억원, 당기순손실 127억원으로 2년 만에 매출은 86.1% 줄었고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 밖에도 여행업계에서도 2019년 일본행 항공권 예약이 64% 감소했다. 불매운동 첫 해 토요타, 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50% 넘게 급감해 닛산 자동차는 2020년 12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도 불매 운동에 따른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 시장을 떠났다.
코로나19 여파에 노재팬 영향력 사라졌나
반면 게임과 담배처럼 대체재가 없거나 탄탄한 매니아 층을 가진 품목의 경우 불매운동의 파장을 피했다. 2020년 3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선보인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당일 매장 앞에는 구매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판매처 곳곳에서 품절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두 배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일본 브랜드 담배 또한 불매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불거진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년간 우리나라가 필리핀에서 수입한 궐련 담배는 4220.6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342t)보다 2.8% 줄어드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5795만달러(약 720억원)에서 5569만달러(약 692억원)으로 3.9% 감소했다. 필리핀은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카멜’ 등을 파는 일본계 담배회사 JTI(Japan Tobacco International)의 생산 기지가 있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담배 시장 특성상 기호식품이라는 성격이 강해 소비자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불매운동은 유명무실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생계에 타격을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노재팬운동 열풍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타격을 입었던 업체들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1월 부산 사하점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리뉴얼 오픈하는 등 부산지역에서만 매장 2곳이 문을 열었다. 이어 올해에는 신규 매장을 10곳에 오픈할 계획이다.
앞서 유니클로는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고가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 협업한 패딩, 점퍼, 플리스 등 한정판 아웃도어 상품을 출시했고, 11월에는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한 +J 컬렉션을 내놨다. 이 밖에도 미국 브랜드 ‘띠어리’, 영국 브랜드 ‘JW 앤더슨’ 등과 협업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불매운동 여파에도 ‘오픈런’ 행렬뿐만 아닌 온라인에서 완판되는 상품도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행업계에도 감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름 일본 여행 상품에는 벌써부터 고객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항공편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권 가격이 올라갈 것을 고려해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진단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해외여행 정상화를 대비해 여행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그동안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강경한 언행으로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온건파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취임하면서 경색된 양국관계에 모종의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을 일본으로 파견한 것도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단은 양국 관계 개선·회복을 바라는 윤 당선자의 친서를 들고 기시다 일본 총리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이뤄지면 기시다 총리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 등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기시다 총리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게 되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당시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참석한 이후 14년 만에 일본 총리의 취임식 참석이 성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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