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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그림 등 예술의 영역은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키워드만 입력하면 AI가 그림을 그려주는 기술까지 선보이면서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다만 AI그림이 주목받으면서 AI 미술품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한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AI 그림이 관련 산업에 가져올 변화상에 대해서도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이어질 전망이다.
키워드 주면 관련 이미지 탐색… 분위기·구도·화풍 등도 학습
AI 그림의 원리는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AI가 학습한 후 주어진 키워드에 맞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재의 AI 그림은 분위기나 구도, 화풍과 같은 영역도 학습해 적합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AI 그림 프로그램 ‘DALL - E’ 등 AI 그림 사이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AI 그림 생성을 위해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기자가 AI 그림 앱을 이용해 직접 그림을 그려봤다. 키워드로 ‘Austrian Castle with Lake’를 입력한 결과 호숫가에 있는 유럽풍 성(城) 그림이 나왔다. ‘Korean Castle with Lake’를 입력한 결과 이번에는 한국 건축 양식의 성 즉 고궁이 호수가에 있는 그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항상 완벽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색한 구도의 결과물이 나온 사례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Horse in front of the house’를 입력한 결과 말의 뒤에 있어야 할 축사 건물 일부가 말의 얼굴 앞으로 보이는 등의 오류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President Lincoln playing soccer’나 ’‘Horse Playing Guitar’와 같이 관련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을 키워드로 주문을 해봤다. 그러자 원하는 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거나 신체 부위 일부가 부자연스럽게 나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다만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결처럼 이전에는 인간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AI 그림은 키워드를 자세하게 입력할수록 정교한 결과물을 내기 때문에 AI 그림 활용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면 더욱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 낼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AI 그림이 사람이 그린 것보다 훌륭하다고 인정받은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26일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AI를 이용해 그린 그림으로 밝혀졌다. 수상자인 제이슨 앨런(39)은 작품을 제출할 때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명시했고 대회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수상이 인정됐다.
딥페이크·저작권·일자리 문제 등 제기… “관련 논의·규정 정립 필요”
AI 그림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 외에도 그림을 이용하는 산업에 줄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I가 사람과 비슷한 수준 혹은 더 우월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그림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화가 등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그것은 기우에 그칠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웹툰협회 관계자는 “기술이 이끌어낼 변화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종이에 그리던 만화가 웹툰으로 바뀌면서 지면의 한계가 없어져 더 많은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었다”며 “작가들이 만화를 그리는 데에 필요한 노동력이 크게 감소하거나 스토리는 좋지만 그림 실력이 좋지 않은 작가도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등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임 회사 디자인 파트에서 근무하는 김성욱(33·가명) 씨는 “AI가 키워드를 반영해서 만들어 준다고 해도 회사가 요구하는 콘셉트에 완전히 맞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오히려 AI그림도 다른 기술들처럼 사람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른 산업은 기계가 시간이나 노력을 줄여주면 인력을 줄인다고 하지만 이쪽 분야만의 특수성이 있는 만큼 별다른 충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직종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자인 관련 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대학생 최수빈(24·가명) 씨는 “AI 그림으로 나온 결과물을 보니 AI보다 확실히 잘 그린다고 말할 수 없는 나같은 사람은 바로 도태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키운다고 해도 그 사이에 기술이 발달해서 사람을 완전히 추월하면 어떨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실제로도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 외에도 AI 그림이 일으킬 사회적 파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먼저 AI 그림을 이용한 성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딥페이크’처럼 실존 인물의 이름을 입력하고 나체 혹은 성행위와 관련된 단어를 입력해 불법 음란 합성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화나 게임 캐릭터의 알몸 사진 같은 것이 이미 생성된 사례도 있다. AI 그림 프로그램이 만화나 게임 그래픽풍 그림 외에도 실사와 유사한 그림도 생성 가능한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대표적인 AI 그림 프로그램 Dall-e 2의 경우 현재 살아 있는 인물의 얼굴이 포함된 업로드는 운영 방침 상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AI 그림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실존 인물을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거나 프로그램을 해킹해 관련 제약을 해제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에 문의한 결과 현행법상 AI 관련 사안에 따라 처벌 유무와 적용법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포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합성물을 생성하거나 이를 유포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합성물 유포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불법 음란 합성물 생성 혹은 유포 행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 사법경찰관의 입건 등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지만 현행 검찰청법 및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상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아 음지에서 불법 음란 합성물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누구나 쉽게 텍스트 몇글자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가짜뉴스나 피싱사기,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더욱 급증할 수 있다”며 “따라서 결론적으로 지금부터라도 선제적인 연구와 논의가 매우 시급하며 정부, 기업, 학계, 시민 등 각 주체들이 모두 참여해 논의하고 합의한 후 규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저작권과 관련된 논란도 나오고 있다. AI 그림은 기존에 있던 이미지를 활용하는 만큼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저작권 위원회와 통화한 결과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꼭 표절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인공지능 학습과정에서 기존 저작물들을 사용하는 ‘데이터마이닝’의 경우 원칙적으로 원작자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산업 발전을 위해서나 저작권의 직접적인 침해가 되지 않는 경우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은 데이터마이닝의 경우 저작재산권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해외에서도 관련 논의와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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