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030년까지 벨라루스 흡수” 러 비밀문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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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유럽·美 매체, 러 계획 담긴 문서 입수
정보·외교 관계자 “진짜 가능성 높아… 러 행보와 다르지 않아”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22 16:46:25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2030년까지 이웃나라인 벨라루스를 흡수하려 한다는 비밀문서가 유출됐다. 최근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참전을 독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21일(현지시간)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및 베스트도이췌 룬트푼크, 폴란드 프론트스토리와 V스퀘어, 미국 야후 뉴스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해당 문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입수한 17쪽 분량의 문서에는 앞으로 10년 동안 벨라루스의 정치·경제·군사 분야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러시아의 계획이 자세히 담겨 있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2030년까지 러시아와 통화 및 세금 체계를 통합하고 미디어도 러시아의 통제 아래 둘 계획이다. 벨라루스 군대도 러시아 군에 편입하고 모든 핵심 군사 생산은 러시아로 이전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벨라루스를 모스크바가 주도하는 연방으로 합병하는 것이다.

이 문서의 첫 번째 부분은 러시아의 목표를 단계별로 단기(2022년), 중기(2025년), 장기(2030년)로 제시하고, 두 번째 부분에서 계획과 관련된 리스크를 식별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2018년 러시아는 벨라루스 법을 러시아 법과 일치시키기 위한 이른바 ‘통합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연방 국가를 부활시키려 시도했지만 벨라루스 국민의 강한 반발로 중단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부정 대선으로 벨라루스 독재자 알렉산더 루카셴코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도운 이후인 2021년 11월 벨라루스는 28개의 통합 프로그램에 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정보국 관계자는 두 부분으로 이뤄진 이 문서는 러시아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서의 출처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서방 정보국 관계자는 러시아의 국내, 외국 및 군사 정보 기관이 유출된 문건에 나온 전략 초안을 작업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 문서가 2021년 크렘린의 ‘국경 간 협력국 의해 작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5년 전 설립된 이 기관은 러시아가 자신의 영향권에 속한 이웃 나라를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서를 입수한 미국과 유럽의 협력 언론사들은 여러 나라 정보 기관들을 통해 유출된 문서의 진위를 확인한 결과 진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정보 관리는 이 문서가 “그럴듯하고 진짜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국 소식통은 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해외 정보국 전 국장인 라이너 삭스는 “이 문서는 큰 틀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클 카펜터 유럽 안보 협력기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나 벨라루스에서나 러시아의 최종 목표는 완전한 통합”이라고 지적했다. 마틴 크라흐 스톡홀름 동유럽 연구센터 부원장은 “(문서의) 내용은 1990년대 이래로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목표로 알려진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를 통합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이 발효되면 유럽의 안보가 위태로워 질 것이라고 독일 외교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인 안드라스 라크즈는 밝혔다. 그는 “벨라루스가 러시아 연방의 일부가 되면 1250km의 나토-러시아 국경이 추가로 생길 것”이라면서 “군사 및 안보 측면에서 중부 유럽에 가장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