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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은행권 경영 행태 개선 문제
은행 15개나 되는데 ‘독과점 체제 경영’일까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8 00:02:40
▲ 임진영 경제산업부 팀장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과 퇴직금이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럴지 몰라도 삼성이나 SK·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딱히 행원들이 더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없어요. 사실 같은 금융권에서도 옆 동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실무급 직원이 수십억씩 받는 경우도 흔한데, 은행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은행만 공공의 적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요즘 은행권 관계자들을 만나면 하나 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공정 경영을 요구하고, 두 금융당국의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은행들이 국민 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기업보다 훨씬 더 국가 정책에 밀접한 영향을 받고 금융당국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경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은행업의 특성인데, 여기에 국가 행정 최고 책임자와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이 연이어 은행권 때리기에 나서고 있으니 은행권 인사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모양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비판적인 눈길을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유독 은행권은 호실적을 거뒀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국내 경기가 위기 상황인 이 시점에선 금융권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은행권을 채찍질해 불경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국가 경제 위기 사태의 실마리를 푸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경영 행태를 개선해 나가려는 의도는 좋지만 그 비판의 방향이 사실과 맞지 않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이 독과점 체제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독과점이라 하면 소수의 몇몇 기업이 시장 전체를 독점해 시장 경제의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의미인데, 은행업이 과연 소수의 몇몇 기업에 의해 돌아가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단순 개수만 따져 봐도 4대 시중은행이라 불리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을 더하면 일반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대형 은행이 6곳이다. 여기에 지방은행 6곳을 합치면 벌써 주요 은행만 12곳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도 3곳이다. 일반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은행만 15곳이나 된다.
 
같은 금융권 내에서도 현재 국내 신용카드사는 10곳도 채 안 되는데 은행이 소수의 몇몇 기업에 의해 돌아가는 독과점 경영 체제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물론 증권업계를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가 51곳이고, 보험사도 30곳이 넘지만 사실상 이들 업권은 은행업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더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금융권 밖으로 눈을 돌려 일반 소비자와 밀접한 B2C 업종 중 몇 곳을 살펴보자. 통신업계만 하더라도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의 3대 통신사가 시장 파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그야말로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시장에 독일 3대 외제차 메이커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 형태다. 백화점 업계도 크게 보면 신세계·현대·롯데의 3파전이다.
 
물론 은행권보다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이 훨씬 더 많은 건설업계 같은 곳도 있지만 정부 당국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은행을 콕 집어서 독과점 체제라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은행권이 가장 문제가 많은 독과점 경영 산업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욕하는 요즘 분위기는 좀 과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무조건 은행의 수가 많다고 해서 국민 경제가 개선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민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언제든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여기에 이자를 얹어 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만약 은행이 방만 경영으로 파산해 고객이 자신의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뱅크런사태가 발생하면 그것이 바로 국가 경제 위기 상황이다. 90년 전인 1930년대 대공황 사태도 뱅크런으로 인해 촉발됐고 남미 국가들에선 지금도 은행 파산으로 사람들이 돈을 되찾기 위해 은행 영업점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외신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1997IMF 금융위기 이후 많은 부실은행들이 파산하거나 합병해 자취를 감췄고, 그 결과 현재 주요 은행이 10여 개로 줄었다. 20~30년 전 주요 국내 은행이 20곳이 넘었던 과거와 비교해 현재 10여 곳의 은행이 경쟁하는 체제가 드러내는 문제점이 뭔지 묻고 싶다.
 
은행의 본분은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는 데 있다. 공정한 시장 경영을 위해 문호를 개방할 필요성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권을 향한 일각의 비판처럼 국민의 돈으로 이자 장사에 뛰어들기 위해 수많은 은행 후보자들이 은행권 진입 경쟁에 뛰어들고 이들 중 어중이떠중이를 걸러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이런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기엔 정부와 금융당국이 헤쳐 나가야 할 국가의 중대 사안이 너무 많다. 당국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에서 은행권 경영 행태 개선을 위해 나서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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