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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추세에 국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10%대까지 치솟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 수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받을 수 있는 예탁금 이자율은 0%대에 그쳤다. 증권사가 ‘이자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에 접근하는 것에 주의하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융자 금리 인상으로 증권사 이자수익 불어나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9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평균 8.8%(기간 151~180일)로 집계됐다. 이 중 19곳이 9% 이상의 이자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보유주식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기간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기간 단위별로 이자율을 나누는데 기간이 길수록 금리를 높게 책정한다.
증권사별로 보면 유안타증권이 최대 10.3%(151~180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 9.8%(91일 이상), DB금융투자 9.7%(91일 이상), 하이투자증권 9.6%(91일 이상) 순이었다. 한양증권(61일 이상), KB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91일 이상) 등도 9.5%에 달했다. 기간이 가장 짧은 1~7일 기준으로는 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이 7.5%로 선두에 섰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율이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4~8월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산정된다. 기준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의 월평균 금리, 가산금리는 리스크프리미엄·업무원가·자본비용·목표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개인투자자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를 점차 꺼리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일 기준 16조613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9일(19조5046억원) 이후 11거래일 연속 감소하면서 3조원가량 빠졌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가 25조원을 웃돌던 지난해 9월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산 주식 중 아직 상환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줄었음에도 증권사는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대출 이자율을 올리며 예년보다 많은 이자수익을 챙겼다. 증권사 28곳의 올 상반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8619억원으로 전년동기(8524억원) 대비 1.1% 늘었다. 2019년(3904억원)·2020년(364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커졌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1392억원)·키움증권(1225억원)·미래에셋증권(1157억원)·NH투자증권(1049억원)·한국투자증권(859억원) 순으로 이자수익이 많았다.
반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맡기고 받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0%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이 금리 인상기에 ‘이자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29곳의 이용료율은 평균 0.33%(100만원 기준)로 집계됐다. KB증권(1.03%)·토스증권(1.00%) 두 곳만 1%를 넘겼다. 0.1% 이자율만 지급하는 증권사도 6개에 달했다.
예대금리 격차도 심각했다. 증권사 29곳의 평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뺀 수치는 8.47% 정도로 집계됐다.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8.6%)·미래에셋증권(8.7%)·삼성증권(9.4%)·NH투자증권(8.5%)·키움증권(9.25%)의 예대금리차는 8~9%대에 달했다. 시중은행과 상당히 비교되는 수준이다. 8월 국민은행은 1.45%, 신한은행은 1.39%, 하나은행은 1.20%, 우리은행은 1.43%, 농협은행은 1.78%의 예대금리차를 기록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니까 예대마진를 통해 수익을 취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폭이 너무 심하게 벌어져 있다”며 “예탁금 금리도 어느 정도 보상하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 쪽은 폭리를 취하는데 다른 한 쪽은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예대마진 차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시정 조치도 너무 미흡하다. 오래 전부터 지적된 문제라서 금융당국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소비자 피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탁금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용융자 많은 종목, 시총 작고 변동성 높은 고위험 주식”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최고 11%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금투협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권업계 종사자 100명 중 89명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빚을 낸 투자자일수록 주가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매도 물량을 대거 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의 반대매매(강제 주식 처분)가 나가기 때문에 종목의 매물 압력은 타 종목에 비해 커진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수급 측면의 부담 요인”이라며 “신용잔고율이 높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반대매매로 인한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동주식 시가총액 기준으로 현재 신용잔고율이 5% 이상인 기업의 비중은 30%를 넘어선 상황이고 시총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연고점에서 크게 내려오지 못한 상태”라며 “금융당국이 7월1일에 3개월 동안 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비율을 완화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이렇게 확대된 상황에서 반대매매 우려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코로나19 이후(2020년 3월, 2021년 9월) 각 그룹별 평균 신용융자잔고 비율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위험도가 높은 주식에서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21년 9월 말 기준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소형주의 경우 평균 3.1%였지만 대형주는 1.1%였다. 고변동성 그룹은 평균 3.2%인 반면 저변동성 그룹은 평균 1.9%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디스플레이(3.6%), 반도체(3.5%), 하드웨어(3.3%), 제약·바이오(3.2%) 등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하거나 투자위험이 높은 곳에서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았다. 반면 은행, 보험,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등 경기변동에 덜 민감한 필수소비 관련 업종은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활용하는 개인투자자는 높은 투자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위험도가 높은 종목이나 업종에서 신용잔고 비중이 높게 관찰되는 점은 향후 증시의 하방위험이 가중될 경우 이러한 특징을 갖는 종목에서 신용융자가 주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은 코로나19 충격 당시 주가가 더 크게 하락했고 하락하는 과정에서 신용순매수비율이 크게 감소했다”며 “신용거래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해당 종목군을 신용매도(상환)했고 증시 하방위험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축소 수요가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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