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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광천은 광천 김과 토굴 새우젓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서쪽으로는 금빛 노을 일렁이는 서해가, 남쪽으로는 은빛 억새 물결치는 오서산이 버티고 있어 여행을 즐기기에도 그만인 아름다운 전원도시다.
순천에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광천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광천은 서해에서 나는 수산물과 내륙의 농축산물이 거래되던 유통의 중심지로 부자 동네였다. 광천읍 옹암포구까지 배가 들어와 일대에 유곽이 즐비했으며 서비스업이 발달했다. 그만큼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진진한 동네가 광천이다.
은빛 갈대가 춤추는 오서산
광천의 지붕 오서산(790.7m)은 충남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으로 먼바다에서도 잘 보여 ‘등대산’으로 불렸다. 천수만을 항해하던 배들은 오서산을 보고 방향을 잡았고 갈매기들은 그 배를 따라 항구로 몰려들었다.
가을의 참맛을 느끼려면 산을 올라야 한다. 오서산 정상에서부터 주능선을 따라 2km 넘게 억새밭이 이어진다. 이름은 ‘억새’지만 실제로 보면 억센 느낌은 전혀 없다. 바람결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바다를 떠도는 은빛 물결 같기도 하고, 순한 짐승의 갈기털 같기도 하다.
오서산이라는 이름은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서식한 데서 따왔다. 차령산맥이 서쪽으로 달려가는 길목에 정암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오서산 아래로는 널따란 해안평야가 펼쳐져 있어 곡창지대를 이룬다.
정암사는 백제 성왕 때 창건되었다는 말도 있고, 고려시대 대운대사가 중수했다고도 한다. 확실한 자료는 없다. 유물이라야 산신각 옆 부도가 유일하지만 절간 주변으로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고즈넉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다.
오서산 방문 시 장항선 광천역에서 불과 4km 거리이기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금송과 오석으로 유명한 ‘그림 같은 수목원’
‘그림 같은 수목원’은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긴다. 2005년 문을 연 이곳은 3만여 평 대지 위에 133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수목원에 입장하면 연푸른 수국과 분홍색 뉴기니아봉선화가 길손을 반긴다. 지정학적으로 해풍이 세서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개화 시기가 보름 정도 늦다. 그만큼 꽃 보는 시기도 뒤로 밀려 10월 초순임에도 여름꽃인 수국을 보는 일이 가능하다.
이 수목원은 꽃도 좋지만 귀한 소나무를 많이 보유해 소나무 특화 정원이라 부를 만하다. ‘카페 늘봄’ 앞에 있는 소나무의 수형이 심상치 않아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6억 원짜리 소나무란다.
금송 또한 ‘그림 같은 수목원’이 자랑하는 보물이다. 한때 금송과 식물들은 중생대부터 전 세계에 걸쳐 분포했으나 대부분 멸종되어 없고 현재 일본에 근연종 없이 금송과 금송속 단 한 종만 남아 있다. 이에 금송은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늘푸른바늘잎나무인 금송은 언뜻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잎 2개가 합쳐진 형태로 잎이 두껍고 잘 휘어진다. 뒤집어 보면 잎 뒷면이 노란색을 띠고 있다. 금송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왔다.
이 수목원 또 하나의 자랑은 곳곳에 그림처럼 놓여 있는 오석이다. 이 돌은 이웃 보령시 웅천읍에서 25t 트럭 1100대를 이용해 운반한 것으로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함이 자랑이다.
오석은 흑색 사암으로 갈면 검은빛을 내고 글자를 새기면 하면 흰빛이 난다. 이런 신비함으로 예로부터 양반층의 비석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새우젓의 역사가 시작된 광천시장
홍성군은 충남 서북부 지역을 일컫는 내포 문화권의 발흥지로 싱싱한 해산물과 잘 숙성된 발효식품이 유명하다. 가을을 맞아 13~15일 홍성군 광천읍 광천전통시장 일원에서 ‘2023광천김·토굴새우젓대축제’를 개최한다.
광천토굴새우젓은 발효에 최적으로 알려진 14~15℃의 온도에 85% 습도가 유지되는 토굴에서 숙성된 명품 젓갈이다. 일반 새우젓은 모방할 수 없는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어 손맛을 자랑하는 주부는 김장할 때 꼭 광천토굴새우젓을 고집한다.
기록에 의하면 광천 옹암포가 새우 산지로 알려진 것은 고려시대다. 조선 말 서해안에 흩어진 10여 개의 섬에서 출발한 새우잡이 배가 광천 옹암포로 모여들었고 이때 대규모 새우 장터가 형성됐다.
현 광천토굴새우젓이 개발된 것은 1960년대의 일로 마을주민이 우연히 산 중턱에 토굴을 파서 새우젓을 저장했더니 젓갈의 맛과 향이 월등하게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이후 광천 토굴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이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1980년부터 광천전통시장이 토굴 새우젓 시장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김장철이면 이 새우젓을 사려는 소비자가 몰려들어 광천읍 전체가 새우젓 시장으로 변한다. 현재 독배마을에는 약 40여 개의 새우젓 토굴이 있다.
옹암리 공영주차장에 자리한 광천토굴새우젓홍보관은 새우젓의 숙성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2층 전시실에서 11월까지 바다새우 수묵화의 대가 최창원 교수의 ‘만하도’ 전시가 열린다.
한편 국내 최고의 광천 김은 청정해역 서해에서 12월 말부터 2월 초에 생산된 최상급 원초를 -18℃에서 냉동 보관하여 사용한다. 김 생산 과정에서는 최상급의 통참깨·통들깨를 직접 압착하여 만든 기름으로 굽는다. 이 덕분에 광천김은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을 오래 유지한다.
광천읍은 1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23광천김·토굴새우젓대축제’ 외에 9·10월 두 달간 ‘광천전통시장 골목대장 프로젝트’를 통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방치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대형윷놀이 △달고나뽑기 △구슬홀짝놀이와 같은 전통놀이시간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광천IC로 진입하면 2시간 안에 광천읍 어디라도 도착할 수 있다. 서울 용산역에서 장항선을 이용해도 광천역까지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이번 주말은 광천 김과 토굴새우젓도 사고 광천 먹거리 축제에도 참여하는 색다른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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