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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일곱 빛깔 무지개 가운데 가장 나중에 오는 색이 보라색이다. 보라색 바깥으로 나가면 자외선이다. 그래서 보라색을 사람과 신 사이에 놓인 색이라고 한다. 가톨릭 사제들은 보라색 의상을 입는다.
가을이 오면 전남 신안군의 형제섬은 경건의 색, 신성한 색 보라로 뒤덮인다. 이때만큼은 반월도·박지도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퍼플섬’이 된다.
퍼플섬 4만2000㎡ 정원을 가득 메운 것은 3000만 송이 키 작은 아스타 국화다. 아스타는 올해도 지루한 장마와 길었던 폭염을 견뎌내고 보랏빛 꽃대를 꿋꿋하게 밀어 올렸다.
보라색에 반한 50만 관람객
젊은이들 대부분이 대처로 나가고 노인들만 모여 살던 신안 형제섬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어 보라를 주제로 컬러 마케팅에 들어갔다. 섬으로 진입하는 다리와 건물의 지붕·창틀은 물론 주민들이 입고 있는 옷도 전부 보라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2020년 8월 정식으로 퍼플섬 간판을 내걸었다.
초등학교도 없이 노인만 120명 남짓 거주하는 작은 섬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문은 소문을 불러 퍼플섬은 어느덧 50만 명이 방문하는 인기 관광지가 됐다. 2021년에는 유엔이 인증하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뽑혔다.
퍼플섬의 관문은 안좌면에서 시작되는 ‘문브릿지’다. 반월도(半月島)에서 따온 명칭으로 380m 부교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다리를 건너 반월도에 들렀다가 1.4km의 퍼플교를 통해 박지도 코 끝을 찍고 다시 안좌도로 돌아오면 1시간 남짓 걸린다. 퍼플섬 둘레길까지 전부 돌아보면 서너 시간을 잡아야 한다.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마을 어르신이 운전하는 9인승 전동차(3000원)를 이용하거나 5인승 전동차(1만5000원)를 렌트하면 된다.
여행 팁이 있다면 길 떠나기 전 옷장을 뒤져 보라색 옷이나 머플러를 반드시 챙기라는 것이다. 보라색 우산을 준비해도 좋다. 퍼플교는 물론 퍼플섬 곳곳에 보라색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어 ‘깔맞춤’ 사진을 찍기 제격이다. 또한 보라색 옷이나 소품을 착용하면 입장료 할인 혜택이 있다.
퍼플섬 주민들에게는 한결같은 바람이 있다. 퍼플섬이 전 세계 ‘아미’의 성지가 되는 것이다. BTS의 팬덤 아미의 상징색이 보라색이다. 섬 곳곳에 세워진 ‘I PURPLE YOU’ 조형물은 BTS를 의식한 기획으로 멤버 뷔가 한 말이다.
퍼플이라는 콘셉트는 섬에 자생하는 도라지꽃·꿀풀·버들마편초의 생태적 특징에서 힌트를 얻었다. 원래 있던 야생초에 아스타 국화를 추가로 식재했다. 아스타는 국화과의 식물이 그렇듯 한 번만 심으면 해마다 같은 자리에 같은 꽃을 피워올린다.
다만 진딧물이 기생하기 쉬워 살충제 도포는 필수다. 꽃을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은 상관없지만 손으로 만지거나 꽃밭에 드러눕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천사대교가 생겨서 다행이야
퍼플교가 신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 한 데는 천사대교의 공이 크다. 2019년 4월에 개통한 천사대교는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서 암태도·자은도·팔금도·안좌도·반월도·박지도를 육로로 연결하며 섬의 개수를 줄이고 있다.
향후 비금도·도초도·하이도·하태도·상태도까지 한 줄로 연결할 예정이다. 한편 압해도가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것은 불과 2008년의 일이다.
천사대교라는 명칭은 전남 신안군의 섬이 1004개인 데서 따왔다. 명칭에 걸맞게 주탑도 천사의 날개를 상징하고 있다.
천사대교의 주탑 높이는 가장 높은 것이 195m, 낮은 것이 130m로 높낮이의 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교량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최초로 사장교와 현수교 공법을 접목해 복합교량으로 건설하는 등 색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다.
천사대교는 교량 구간만 7.2㎞다. 인천대교·광안대교·서해대교에 이어 국내 네 번째 규모다. 총연장 10.8㎞의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가 나타난다. 압해도에서 암태도까지 뱃길로 한 시간거리였다. 지금은 차로 10분이면 간다. 관광객에게나 주민에게나 천사같은 다리다.
암태도의 명소는 ‘에로스서각박물관’이다. 서각이란 나무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긴 것으로 부조 개념으로 보면 된다. 도장도 서각의 일종이다. 에로스라는 명칭이 왠지 쑥스러운 느낌을 전달하지만 실제로 낯부끄러운 작품은 없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조각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암태도는 논이 많기로 유명한 섬이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8월 높은 소작료에 불만을 품은 소작농들이 소작료 인하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국내 최초의 ‘소작쟁의’가 일어난 곳이 바로 암태도다.
면소재지 부근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에 그날의 기록이 아로새겨져 있다. 소작쟁의는 만 1년간 계속되었고 농민의 투쟁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해 소작료 인하로 이어졌다고 한다.
기동삼거리를 지키는 할매와 할배
암태도 기동삼거리는 자은면과 팔금면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 농약사 담벼락에 인스타그램 최고의 포토존이 자리 잡고 있다. 속칭 ‘파마머리 벽화’가 그것으로 펌을 한 할머니·할아버지가 벽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재밌는 것은 담 안쪽에서 자라는 애기동백 나무 두 그루가 두 분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퍼플섬 가는 사람 중에 여기서 사진 한 장 안 찍는 사람이 없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자은도가, 왼쪽으로 틀면 팔금도·안좌도가 나타난다.
안좌도는 원래 안창도와 기좌도 두 개 섬으로 되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 섬 사이에 놓인 갯벌을 매립해 하나의 섬이 되었다. 안창도와 기좌도에서 하나씩 글자를 따서 섬 이름도 안좌도로 정했다.
안좌도에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있다. 김환기 화백은 국가민속문화재 251호로 지정된 이 고택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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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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