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지난해 4월 당선인 시절 이후 두 번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했다. 보수 우파 본산인 대구‧경북(TK)의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 ‘이준석 신당’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공동의뢰로 4~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 의하면 TK의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직전 조사 56.3%에서 52%로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36.2%에서 42%로 올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TK 분위기가 심상찮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달서병 출마를 선언한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대구시민들도 (윤 대통령에게) 아쉬운 게 있다. 요즘 두 가지 얘기를 많이 한다”며 “‘그것(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하나 못 잡아넣나, 걔(이준석 전 대표) 하나 못 품나’ 딱 두 가지”라고 짚었다.
이렇듯 TK 민심이 요동치는 와중에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에 이어 7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을 깜짝 예방한 것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지난해 만남 시 사저 안에서 맞이했던 박 전 대통령이 7일에는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환영했다.
검사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엔 불가피한 구원(舊怨)이 있었으나 미묘하면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돼 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중동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박정희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참석해 인상적인 추도사를 하는 등 진정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번 예방에서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 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돼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그 시절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 두 번 아니다. 온고지신, 과거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며 놀라워했다. 이어 “좋은 일자리란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회의에서 나온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들 사이에 초대 제의도 오간 모양이다. 배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다음번 서울에 올라오시면 제가 한 번 모시겠다”고 말했다. 잇따른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정치권은 TK 민심 다잡기 외 이준석 전 대표 견제 목적을 주로 읽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이르면 내달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뒤 국민의힘 비윤계 일부, 민주당 비명계 일부와 신당을 꾸린 후 대구 출마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9월 대구대 초청특강에서 그는 “서울 노원병 출마해 국회의원 되는 게 기본 계획”이라면서도 “수도권에서 아주 어려운 도전을 해왔던 사람들에게 부당한 대우가 있을 때 TK에서 정정당당히 승부하는 걸 선택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날 김건희 여사는 호남을 찾았다. 전남 고흥유자체험관 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담근 유자청을 들고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환자·의료진을 위로 격려했으며 이후 순천 아랫장으로 가 상인회장 등 상인들 이야기를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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