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제어하는 힘’ 美·中 대결 격화… 韓에 큰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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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조선업 관련 행정명령 서명… 재건 본격화
현재 전 세계 수주 톱4 모두 중국… 물량공세 막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0 16:55:27

▲ 작년 전 세계 조선업 신규 수주 '톱10' 조선소. 클락슨리서치 자료

미국에게 조선업은 국가안보와 패권질서 유지가 걸린 절실한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고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조선에 돈을 많이 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주 크게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 한 척을 만들곤 했지만 지금 1년에 한 척도 못 만든다. 그러나 우리에겐 (회복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 의해 준비됐다. 선박 건조부터 미 해군 국사 활동을 지원할 상선(商船)까지 보유함으로써 시급히 해양패권을 복원해야 한다는 백악관 관계자 설명도 이어졌다. 이 행정명령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부문 불공정에 조치를 명한 내용도 들어 있다. 앞서 USTR에선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 관련 국제해상운송 서비스 수수료 부과 추진 소식이 나왔으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엔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의 선박 조달 과정을 조사·검토해 효율성을 높일 방안 마련이 지시된 상태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 연방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 조선업 부활”을 선언하며 백악관 내 관련 사무국 설치 및 조선업 특별 세제혜택 등을 약속했다. 미국의 안보동맹이자 조선 경쟁력 으뜸인 한국에 크나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작년 11월 당선 직후 트럼프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통화할 때, 또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첫 통화에서 양국 협력 분야로 조선이 빠지지 않았다. 작년부터 미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중국산 선박 제재가 추진 중이며 유지·보수·정비(MRO)뿐 아니라 건조 파트너까지 찾는 상황이다.

작년 전 세계 신규 수주량 기준 상위 10개 조선소 중 7개가 중국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3 등 국내 조선소들이 호황에 따른 독(건조공간) 부족으로 선별 수주에 나선 가운데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 공세를 펼친 결과로 평가된다. 1월 나온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수주량 1∼4위 조선소가 중국이다. 뉴타임즈조선·후둥중화조선·양쯔장조선·헝리중공업 순이다. 그 뒤를 한국 삼성중공업·한화오션·HD현대삼호(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가 잇고, 8∼10위 다시 중국 업체들(다롄 조선·와이가오차오 조선·장난조선소)이다.

2023년까지 만해도 글로벌 수주량 1∼5위 안에 국내 빅3가 들어갔었지만 중국 물결이 워낙 거세다. 2024년 수주량 1위에 랭크된 뉴타임즈조선이 민영이라 해도 중국공산당 지배의 조건을 피할 수 없다. 후둥중화조선은 아예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대표 업체이며, 헝리중공업의 경우 국내 STX중공업에서 중국 다롄에 건설한 조선소를 중국 측이 2008년 인수해 키운 기업이다.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한국 조선소들이 수주량 증대보다 고부가가치 중심 선별 수주에 나선 게 수주량에서 중국에 밀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한 바 있다. 올해 1월 기준 수주잔량(나머지 건조물량) 순위에선 한국 조선소들이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낮은 환율과 철강 가격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따돌리긴 쉽지 않다. 영국 선박가치 평가기관인 베슬스밸류 자료에서 중국은 작년 전 세계 10대 선박 보유국 1위를 찍었다.

중국에게 조선업이란 반도체나 인공지능(AI)만큼이나 미국을 향한 도전적 의미가 무겁다. 15세기 이래 서유럽이 신대륙를 개척하고 인도·동남아를 오가는 동안 다방면에서 자족적인 수준에 도달한 명나라 말 중국은 쇄국을 택했다. 아쉬울 게 없던 그들에게 바다는 해적·오랑캐의 준동 공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중국대륙과 서구의 역전이 시작됐다. 배를 만들고 운용하는 능력과 해군력이 세계 지배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편 이날 트럼프은 국방 조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명령, 대외 무기판매 과정 개선의 행정명령, 오래된 규제를 정리할 것을 지시한 행정명령,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때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샤워기·싱크대·화장실 등에 부과된 수압규제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첫 임기 시절 트럼프를 비판했던 크리스 크렙스와 마일스 테일러 등 전직 국토안보부 공무원 2명에 대해 보안 허가를 박탈하고 법무부에 조사를 지시한 각서 서명도 이뤄졌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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