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함은 北 SLBM 격퇴할 게임체인저… 도입 시급”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방·군사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교수 “北 핵전력 맞설 전략 재설계해야”
세종연구소핵전략포럼… “핵 추진 잠수함 여러 대 보유 필요”
美 설득 관건… SSBN 도입 땐 “다차원적 전력 증강 가능해져”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3 21:10:11

▲ 세종연구소가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개최한 ‘2023 한미일핵전략포럼’에서 참여자들이 앉아 발제와 토론을 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을 철벽 대비하기 위해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핵국가인 한국·일본 등이 북한 핵 능력 증대에 발맞춰 새로운 핵전략 재설계가 불가피하며 이의 중심에 ‘핵 추진 잠수함’이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해사 35기)는 2023 한·미·일핵전략포럼에 이은 3일 본지 인터뷰에서 SLBM 개발과 핵잠수함(SSBN·핵미사일 탑재 전략핵잠수함)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교수는 “한국은 잠수함 분야에서 이미 북한보다 30년 뒤쳐졌고 핵 잠수함마져 늑장 대응을 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으로 우리를 위협한다면 우리의 핵 추진 잠수함으로 추적·감시함이 타당하다”며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이 잠수함보다 2~3배 빠른 속력을 내며 지속적인 추적 능력을 가진 핵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연료 확보와 잠수함 원자로 설계·제작 기술 확보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력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의 경우 NPT(핵확산방지조약)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기존 국내 기술력으로 잠수함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한 문 교수는 “항공모함ㆍ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 가능한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한국의 스마트 원자로(SMART)는 이미 11년 전 개발 됐고 선박용 소형모듈원전(SMR)도 개발 중으로 핵잠수함에 활용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 ‘2023 한미일핵전략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청중의 모습. 세종연구소 제공.

북한은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해왔으며 올해 3월 기준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35~65발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거리와 중·장거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을 개발해 왔으며 특히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SLBM을 2016년 세계에서 7번째로 개발했다. 2019년 10월 ‘북극성 3형’ 발사 이후 개발이 거듭됐는데 북한은 2차 핵 타격 능력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R-SLBM·사정거리 500~1000km)을 개발 중이다. 올해 9월에는 북한 최초 작전용 탄도미사일 잠수함(SSB)을 진수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잠수함에는 5·6기의 SR-SLBM과 약 5기의 단거리 잠수함 발사 전술 미사일이 탑재가 가능하다. 점증하는 SLBMㆍ핵잠수함 위협이 턱 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를 두고 코다 요지 전 일본 자위함대 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세종연구소에서 개최한 2023 한·미·일 핵전략 포럼 발제에서 “SR-SLBM을 탑재한 SSB가 운용되면 서울과 도쿄 모두 동해(일본해) 중부에서 발사되는 북한 SR-SLBM의 타격 범위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동북아에서 가장 막강한 미국 동맹국 두 수도가 완전히 파괴 될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북한으로선 미국을 위협할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인 핵 억제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SSB와 SR-SLBM은 북한이 ICBM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2차 핵 억제 자산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코다 전 사령관은 “동해에서 북한 SSB을 추적해 격파하는 새로운 군사 임무는 한국에게 남았다”며 “북한이 SSB에서 발사한 잠재적인 핵탄두 탑재 가능성을 지닌 SR-SLBM은 서울과 도쿄까지의 거리가 짧아 격추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물”이라고 지적했다.

▲ 북한이 2021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 했다고 알렸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핵 추진 잠수함’과 대미 관계에 대해 라미 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CSS) 교수는 이 자리에서 2021년 9월 미국·영국·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언급하며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의 시사점을 언급했다. 그는 호주가 미국과 영국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고 이 과정에서 군함의 추진체에 들어가는 고농축우라늄은 NPT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음을 강조했다.

NPT와 별개로 AUKUS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을 미국 인정하에 우회적으로 보유한 호주와 함께 점증하는 동북아의 핵 위협에 맞서 어떻게 미국의 태세 전환을 이끌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 핵 보유에 대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미국 안보에 미칠 영향력을 기준으로 핵 추진 잠수함 허용 여부가 결정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21년 8월13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취역식을 한 해군의 첫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승조원들이 도열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한편 핵 추진 잠수함이 도입될 경우 국내 방위력과 방산 산업 수준이 더 격상 될 것이라는 군사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김율곡 한국핵자강전략포럼 사무총장은 본지에 “핵 잠수함은 기동 속도가 높고 미사일 발사와 어뢰 발사를 더 많이 할 수 있어 특수전에 다목적 전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대를 통합하면 더 무거운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SLBM이나 순항미사일을 실어 핵 추진 SSBN 또는 SSGN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업 역량, 매년 증가하는 국방예산 등을 고려하면 정부 결심만 있다면 더 전략적인 핵잠 연구개발과 건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도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면 전 세계 잠수함 분야를 이끌 수 있게 된다”며 “함정에 들어가는 원자로를 극지방 탐사선, 해빙선, LNG 선박 등에 넣어 추진 동력을 배가시킬 수 있고 이로써 경제효과와 산업 파급효과까지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